[금융 길잡이-조승아] 코스피 3200, 투자자들의 선택의 시간

입력 2025-07-20 14:44:09 수정 2025-07-20 18:33:03

3,200 돌파의 유혹…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투자

조승아 iM뱅크 PB센터 PB지점장
조승아 iM뱅크 PB센터 PB지점장

지난 7월 11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3,200선을 돌파하며 다시 한 번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종가 기준 3,175.77로 마감하며 2021년 9월 이후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국내 증시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강세 흐름을 이어가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때 샀더라면…"이라는 아쉬움과 "이제 팔아야 하나…"라는 불안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투자 심리의 이면에는 두 가지 대표적인 감정이 자리한다. 하나는 '포모증후군(FOMO)', 즉 수익 기회를 놓쳤다는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이익을 실현하지 못해 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불안이다. 극과 극의 감정 속에서 투자는 때때로 감정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라면 원칙을 되새겨야 할 때다.

워렌 버핏은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좋은 회사를 저평가된 시점에 꾸준히 매입하라"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 증시는 탐욕과 낙관이 공존하는 분위기 속에서 단기 과열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은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전제로 코스피 5,000포인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공매도 잔고가 9조원을 넘어서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을 반영한다.

따라서 지금 시점의 투자전략은 '추격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고려한 '분할매수'가 바람직하다. 조정을 기다리며 일정 간격으로 매수 포지션을 늘려가는 방식은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한편, 이익 실현의 타이밍을 두고 고민하는 투자자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가 상승의 기쁨과 하락의 고통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가. 대부분은 하락의 충격을 더 깊게 경험한다. 그렇다면 일부 자산을 분할 매도하여 현금화해 두는 것도 현명한 대응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코스닥 종목을 중심으로 5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인 점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군에 대한 접근을 통해 진입 시점을 조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외로 시선을 확장해 보면, 미국은 실적 시즌과 더불어 CPI 발표, 금리 방향성 등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통해 다시 국내 주식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상법 개정 시즌2,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제도 개선이 뒤따른다면 한국 주식시장 역시 장기 투자 매력을 갖춘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다. 워렌 버핏의 또 다른 원칙인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 전체를 사서 오래 들고 있어라"는 조언이 국내 투자 환경에도 점차 적용될 수 있는 시점이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증시 부양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가 현실화된다면, 그동안 저평가되어 온 한국 주식시장에도 다시금 투자자금이 유입될 여지가 크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실마리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피어오른다.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다. 고점에 대한 경계와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가 맞서는 지금, 감정이 아닌 원칙과 전략에 기초한 투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명한 선택이 결국 투자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