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실손보험, 다 보장되는 건 아니다…분쟁사례 통해 본 소비자 유의사항

입력 2025-07-20 14:43:58 수정 2025-07-20 18:31:01

보험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보험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실손의료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필수 보험으로 자리 잡았지만, 보장 내용과 실제 보험금 지급 간의 차이로 소비자들의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늘면서 실손보험을 둘러싼 분쟁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실손보험 분쟁사례 4건을 공개하고, 소비자들이 놓치기 쉬운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은 "치료 전 보험 보장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약관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잘못된 기대에 따른 보험금 청구는 거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신경성형술(PEN) 관련 분쟁

허리 통증 치료 등으로 사용되는 해당 시술을 받은 A씨는 입원의료비를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실질적인 입원 필요성이 없다"며 통원의료비 한도인 30만 원만 지급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신경성형술 18개 사례 중 대부분에 대해 "입원료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입원료 인정 여부는 ▷입원실 체류 시간(6시간 이상) ▷환자의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병원에 누워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입원비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법원 판례도 동일한 입장이다. 최근 대법원은 "입원치료의 실질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환자의 기대와 보험사의 지급 기준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있음을 시사한다.

(2)비만은 치료 아닌 '비급여'…위소매절제술·삭센다도 예외 아냐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B씨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비만(E66)'은 보상 제외 질병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삭센다 주사를 처방받은 또 다른 C씨도 같은 이유로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다만 고혈압이나 당뇨 등 치료 목적의 수술이라면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분류돼 실손보험 보장이 가능하다. 결국 목적과 진단명이 핵심이다. 보험 약관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비급여 치료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단순한 체중 감소 목적의 치료는 요양급여 대상이 아니지만, 비만이 당뇨나 고지혈증 같은 질환과 동반된 경우에는 실손 보장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병명과 진료 목적이 어떻게 기재되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3)보습제도 의료행위가 핵심…개인 거래시 '의료기기법' 위반 소지도

피부건조증 치료를 위해 의사 처방으로 크림을 다량 구입한 D씨는 보험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했다. 보험사는 "통원 회차당 1개만 보상하며, 나머지는 의사가 주체가 된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보습제 구입이 치료행위의 연장선상이 아닌 경우에는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특히 MD크림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개인 간 중고거래 시 의료기기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보습제의 경우에도 단순히 '병원에서 샀다'는 이유로 모두 보상되는 것이 아니다. 진찰, 처방 등 치료행위의 연장선에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의료기기 유통과정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도 요구된다.

(4)해외 체류 시 보험료 환급 가능…단, '사후 해지'는 불리

해외 장기 체류 중인 경우 실손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E씨는 해외 거주를 이유로 실손보험을 해지한 후 보험료 환급을 요구했지만, 보험사는 해지 이후 계약관계가 종료됐다며 이를 거절했다.

현행 제도상 3개월 이상 연속 해외 체류 시 보험료 환급이나 납입 중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해지 이후에는 환급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체류 중이거나 해지 전 보험사와 사전 상담이 필수다. 상법상 청구 시효(3년)도 유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에 공개된 사례들은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서 자주 반복되는 분쟁 유형"이라며 "약관 내용을 숙지하고 병원 진료 전 보험회사에 보장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