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동원 역사 외면…'일본의 약속 이행 평가' 의제 채택 불발
유네스코서 군함도 논의 무산…초유의 한일 과거사 표 대결 패배
대통령실 "군함도 의제 무산 유감, 日 약속 지켜야… 협력은 계속"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또 다시 거짓말을 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흔적인 일명 군함도, 하시마(端島) 탄광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강제 동원의 역사도 언급하겠다고 우리 정부와 했던 약속이 10년째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설상가상 양국의 맹약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유네스코에서 따지려던 우리 정부의 시도도 수포로 돌아갔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표결 끝에 일본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본과 우호적인 흐름을 유지하려던 이재명 정부의 자세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초유의 표 대결에서 패배
7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47차 회의에서는 일본 메이지 산업유산 관련 '위원회 결정의 이행 상황에 대한 평가' 안건의 정식 채택 여부가 논의됐다. 우리 측 대표는 일본의 미진한 조치에 대해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안건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규슈 나가사키시 남서쪽에 있는 하시마의 별칭인 군함도는 일본이 지난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산업혁명유산의 하나다. 일본 정부는 등재를 예고하며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우리와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던 터다.
오히려 조선인 징용·위안부와 관련해 강제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강화했다. 특히 2020년 개관한 정보센터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물론 일본의 산업화가 자랑스럽고 중요하다는 내용만 기술했다.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과 함께 자국에 유리한 것만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우리가 제기한 사안이 세계유산위원회보다는 한일 양자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보이며 해당 안건이 삭제된 '수정안'을 제출했다. 우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표결을 요청했지만 우군이 모자랐다. 일본이 제출한 수정안에 21개 위원국 중 과반이 기권 혹은 무효를 택하면서 찬성(찬성 7·반대 3·기권 8·무효 3)으로 채택됐다.

◆한일 관계에 변수되진 않을 것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경직된 태도가 이번에 다시 확인되면서 한일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의제 채택에 필요한 표가 확보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의 관련 결정과 스스로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 나가면서도 일본 측과 상호 신뢰 하에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와 양국 간 실질 협력은 별개로 분리 대응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를 이어간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도 이 같은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대통령실은 "근대산업시설 관련 의제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우리 정부는 일본이 근대산업시설과 관련해 스스로 한 약속과 이 약속이 포함된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일이 한일 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해나가면서도, (일본과) 상호 신뢰 하에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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