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B2B, 아바타 놀이터에서 기계학습 공간으로 변모 중
국회미래연, "거품론과 AI 전환이라는 도전 속, 정책 재설계 절실"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상융합 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재설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가상융합 산업정책 개선방안: AI 전환과 가치이동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재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가상융합 산업에 대해 거품론이 제기되는 동시에 AI 전환이라는 전환기가 도래한 만큼 둘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품론' 가상융합 시장, "기회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융합 시장규모는 2024년 1천97억 달러에서 2030년 약 9천86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4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상융합 시장에 대한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은 정점 대비 약 90% 이상 급감했고, 국내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산업 매출액은 2023년에 전년 대비 33.5%가 감소했다. 수출액은 67%나 줄었다.
보고서는 사용자들이 가상융합세계에 로그인하지 않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고비용 투자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등 '기술-경험-경제 간 불균형'에 있다고 봤다.
보고서가 인용한 사례에 따르면 2022년 1월 세계 최초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도입된 '메타버스 서울'은 타임지에서 선정한 2022년 200가지 혁신적인 발명품에 포함될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았으나 2023년 5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는 서울시 인구의 0.2% 수준인 1만8천800건에 그친다. 결국 지난해 10월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동계 청소년 올림픽을 위해 2024년 1월 출시된 '버추얼 강원'은 올림픽 최초 메타버스로 주목받았으나 서비스 개시 두 달여 만에 종료됐다. 설문조사(MS Today, 2024)에서는 응답자의 89.2%가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세금낭비 사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거품론' 속에 AI의 급속한 발전이 가상융합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자연어 프롬프트(Prompt)로 가상융합 환경을 즉시 생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가상융합 환경 제작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AI로 가상융합 공간에서의 상호 작용이 단순한 '아바타-아바타' 연결에서 '아바타-AI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는 데다 'AI 에이전트-AI 에이전트' 간의 자율적 상호작용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도 거론했다.
보고서는 엔비디아의 '라떼 3D'나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처럼 텍스트 입력만으로도 정교한 가상 환경이 구현되고 있고 설명했다. 알테라(Altera)의 '프로젝트 시드(Project Sid)'에서 1천 개의 AI 에이전트가 '마인크래프트'라는 가상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경제 체계를 구축한 사례도 주목했다.
◆가상융합 세계서 기계가 학습·훈련한다
보고서는 B2C(Business to Customer) 부문 가상융합 산업의 경우 승자독식의 양극화 구조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가상융합 플랫폼들은 서비스를 종료 중인 것과 반대로 포트나이트, 로블록스(Roblox) 등 글로벌 선도 플랫폼들은 지속해서 성장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포트나이트의 '리믹스: 더 피날레' 가상 콘서트는 사상 최대 규모의 관객 수인 1천40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로블록스 창작자들은 약 9억2천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역의 경우 가상융합 세계가 기계가 학습하고 훈련하는 공간으로 재정의되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 웨이모가 가상융합공간인 '시뮬레이션 시티'에서 160억 마일의 가상 주행을 한 것은 지구에서 태양까지 50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라고 소개했다. 이는 하루 2만5천 대가 800만 마일을 달리는 수준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B2B 관점에서 가상융합 공간의 활용처가 로봇을 포함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학습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상공간에서 공정을 미리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조건으로 공장을 구현하는 폭스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B2B 시장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 능력과 지속적 기술 도입 필요성으로 인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특히 로봇 훈련 등 특수 영역에서 물리적 실험 비용 절감이라는 명확한 경제적 가치를 제공한다"고 했다.

◆"가상융합 산업 변화 반영, 정책 재설계 필요"
보고서는 가상융합 산업 정책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AI 기반 가상융합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강조점이다. AI 융합을 기반으로 한 가상융합 기본계획 수립, AI 기본계획과의 유기적 연계를 위한 전략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로 보고서는 "가상융합 산업의 가치 이동을 반영한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B2C에서 B2B 중심으로의 정책을 전환해 가상현실 통합 훈련장 구축을 지원하고 세계 1위 로봇 밀도를 보유한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상융합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AI 융합 기반 특수목적형 가상융합 플랫폼 구축과 정책 거버넌스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분석 결과를 가상융합 공간에서 시각화하고 사전 검증해 AI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 재난·산업안전·의료 등 특수목적 분야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AI-가상융합-로봇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 조정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환 연구위원은 "가상융합세계는 아바타의 놀이터에서 움직이는 모든 기계의 학습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가상융합 산업은 거품론과 AI 전환이라는 이중적 도전 속에서 정책 재설계를 통해 혁신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로봇 밀도 1위인 한국의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상융합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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