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의 발자취…불치사의 고요·캔디안 댄스의 열정 사이
석가모니 치아 사리 봉납 성지…내면 바꿔 주는 종교 초월 공간
마지막 왕이 지은 '우유의 바다'…사색과 평화 즐길 수 있는 호수
왕실 전통 춤사위 재현한 공연…전쟁 또는 축제처럼 만감 교차
◆ 싱할라 왕조의 마지막 수도
스리랑카 중부지방 해발600m 지점의 아늑한 분지에 자리한 캔디(Kandy)는 스리랑카 지도에서 보면 딱 중간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콜롬보에서 약116km 떨어진 유명한 휴양지이자 문화여행지로 인구 13만명의 아름답고 역사적인 도시다.
콜롬보에서 캔디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과 종교, 자연과 전통이 조화롭게 숨 쉬는 영혼의 쉼터 같은 곳이다.
캔디는 이름만 들어도 사랑스러운 곳이다.'내 귀의 캔디'와는 다른 '내 눈의 캔디'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캔디에 관한 지명은 싱할라어(Sinhala)에서 '위대한 도시 또는 수도'를 의미한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싱할라 왕조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곳이기에 지금까지도 콜롬보가 경제의 수도이고, 코테가 정치의 수도라면, 캔디는 정신적 수도로 남아 있다.

캔디는 1474년에 싱할라 왕조의 수도가 되면서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도시다. 역사적으로는 1815년 영국이 점령하기 전까지 약500년 간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 2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싱할라 왕조의 마지막 수도이자 지금도 스리랑카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향이다. 곳곳에 전통을 이어가는 왕궁, 사원, 민속무용이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다. 스리랑카에서 2번째로 큰 역사도시로 가장 스리랑카다운 도시다.
캔디는 조용함 속에 담긴 깊이와 역사, 사람들의 따뜻함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잠시 마음의 여행을 원한다면, 캔디에서 하루 더 머물러 보자. 마음깊이 다가오는 곳에서의 그 하루는 분명, 오랜 시간 마음속에 남게 될 것이다.


◆ 황금으로 싸인 부처님 치아사리가 있는 불치사.
캔디여행의 시작이자 중심은 단연 불치사(Temple of the Tooth Relic)다. 스리랑카 최고의 불교성지로 정식 이름은 현지어로 스리 달라다 말리가와(Sri Dalada Maligawa)다. 성스러운 불치의 사원이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석가모니의 치아사리가 봉납되어 있으며, 불교 신도들에게는 죽기 전 한 번쯤 들러야 할 1순위 순례지로 꼽히기도 한다. 이에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무엇보다 스리랑카 불교의 심장이라 불리는 불치사는 고요한 도심 한가운데 스스로 빛나는 듯한 존재감을 뿜고 있다.

불치사는 싱할라 건축을 대표하는 사원으로 따스한 살색의 벽이 싱할라 건축양식의 팔각형 전각과 아름답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사원 내부에는 크리스탈 바위를 깍아 만든 석가의 좌상, 정밀한 조각이 새겨진 돌문, 화려한 문양의 천장 등이 사원내부의 풍경과 어울린다.
1층으로 들어가면 옥으로 만든 불탑과 금동불을 만난다. 팔각형 구조물을 감싼 금동 깃발에는 해와 달, 공작새와 사슴, 꽃과 식물, 악사 등 다양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치아사리가 안치된 지성소인 한둔 쿠나마(Handun Kunama)에 이르게 된다. 꽃을 바치는 헌화대 앞으로 공양물이 놓여 있고, 그 안으로 코끼리상아를 장식했다. 그 안 가운데 동판이 있고 좌우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동판 위쪽에는 태양이, 중간에는 사리를 모신 불탑이 새겨져 있다. 지성소 주변에는 사람들이 앉거나 서서 간절하게 기도한다.

드디어 도착한 곳은 허가된 사람만 접근할 수 있는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봉안된 방이다. 무려 6겹으로 봉인되어 있다는 사리함을 친견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다. 이 순간을 위해 긴 여정을 견뎠을 순례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래도 기쁜 표정이다.
불치사는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믿음의 무게와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성소였고, 그 앞에 선 여행자는 아주 작지만 소중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여행을 하며 많은 풍경을 보았지만, 그중 어떤 곳은 내면의 풍경까지 바꾸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불치사는 그런 종교를 넘어선 공간이었다.
◆ 일상의 고요가 머무는 캔디호수
캔디시내에 자리하고 있는 둘레 3.2km의 캔디호수는 1807년 캔디의 마지막 왕에 의해 건설되었다. 이 호수는 우유의 바다로 알려진 작은 연못이 있는 논이었고, 완성된 캔디호수도 같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

호반의 도시 캔디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시민들은 물론이고, 여행자들에게도 좋은 사색의 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호수에는 캔디 사람들이 매우 신성하게 여기는 흰색자라와 함께 여러 물고기들이 유용을 하며 자라고 있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작은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점점 더 느리고 고요하게 흘러갔다. 가끔은 호수 옆 불치사로 향하는 승려들이 지나가고, 그들의 발걸음 소리마저 호수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 호수는 단지 물만 있는 곳이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잠자고 있는 장소 같았다.
호수에서의 시간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석양이 질 때였다. 호수에 비친 붉은 하늘과 빛나는 물결은 마치 하늘과 땅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한 호수 위로, 불치사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 캔디왕국 궁중의 화려함을 담은 캔디안 댄스
캔디에서의 마지막 밤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춤과 불꽃처럼 타오른 열기로 가득한 캔디안 댄스공연이다. 그동안 여행을 통해 스리랑카의 깊은 역사와 전통을 하나씩 배워왔지만, 이 공연을 보면서 그 전통이 춤으로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캔디안 댄스 공연장소는 캔디시내 근처에 여러 공연장들이 있다. 대부분의 공연은 저녁에 열리며, 호텔에서 예약을 받는 경우도 많다. 공연이 인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공연의 시작은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전통의 미학과 신비로움이 어우러진 캔디왕국의 궁중 연회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춤과 음악이 하나로 융합된 궁중의 화려함을 담은 춤을 만들어낸다. 무용수들의 한 동작 한 동작은 스리랑카 왕실의 전통적인 춤사위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 보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드럼 퍼포먼스와 함께 등장하는 강렬한 춤이다. 타악기와 북소리가 점점 더 강렬해지고, 그에 맞춰 무용수들의 발놀림이 빨라지면서, 분위기는 흥분과 열정으로 가득 찬다. 불꽃처럼 타오른 드럼과 춤의 에너지가 마치 전쟁을 앞둔 전사들처럼, 때로는 기쁨을 표출하는 축제의 춤처럼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무대였다.
전통 북과 템버린 등으로 흥을 돋우고, 익살스런 가면극으로 웃음을 준 뒤, 강렬한 불 쇼로 막을 내린다. 몰입하는 순간 1시간의 공연이 찰나처럼 흘러간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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