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그란데 등 팝 디바서 유행…로제·아일릿 등 K팝서도 등장
"일기장 같은 친근함 강조…대소문자 구분 안 하는 SNS 시대 영향도"
'리틀 몬스터'(little monster), '젤리어스'(jellyous), '웁스!'(oops!)."
걸그룹 아일릿이 16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밤'(bomb)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앨범명을 비롯해 영어 곡명은 소문자로만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제목 첫 글자는 대문자로 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강조하고 싶을 때는 모두 대문자로 쓰는 것과는 다른 표기법을 택한 셈이다.
소속사 빌리프랩 관계자는 이에 대해 22일 "다소 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제목들에 소녀들의 감성을 담아 다이어리를 꾸미듯이 표현하기 위해 소문자를 활용했다"며 "앨범명과 트랙리스트 전곡을 소문자로 통일하면서 디자인적으로도 감성이 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요계에서 아일릿의 사례처럼 앨범 전곡을 소문자로 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블랙핑크의 로제가 작년 12월 발표한 솔로 1집 '로지'(rosie)도 마찬가지다. 앨범명과 타이틀곡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를 비롯해 '넘버 원 걸'(number one girl), '투 이어스'(two years), '게임보이'(gameboy) 등 '아파트'(APT.)를 제외한 전곡이 소문자로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문자 제목에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청자에게 친근하게 전하고자 하는 Z세대 스타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소문자 제목은 마치 내밀한 일기장을 훔쳐보거나 혹은 어떤 문장의 일부를 떼어내 보여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노래로 거창한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속삭이거나 감정에 충실한 듯한 시각적 효과도 낸다"고 설명했다.
가수가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로 군림하지 않고 팬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듯 친근하게 소통하는 느낌을 줘 팬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 관계자는 이번 앨범에 대해 "수록된 5곡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소녀들의 고민을 녹여냈다"며 "자신들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고민을 해결하는 아일릿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로제는 작년 11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완벽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도록 훈련받았고, 온라인에서 팬들과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감정과 느낌,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훈련받지 않았다"며 "(이번 앨범에서는) 내가 함께 자라온,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구와 필요성이 컸다"며 솔직함에 방점을 찍었음을 강조했다.
소문자 제목은 K팝에 앞서 몇 년 전 영미권 팝 시장에서 먼저 유행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버모어'(evemore·2020년),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사워'(Sour·2021년)·'거츠'(GUTS·2023년), 아리아나 그란데의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2024년) 등의 앨범은 모든 수록곡 제목이 소문자로 돼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사적인 생각과 고민을 음악으로 담아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영미권 Z세대는 SNS를 올릴 때 대소문자를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들 팝스타의 노래 가사를 보면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고, SNS를 보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며 "이들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10∼20대의 내밀한 감정을 토로하는 노래를 많이 냈기에 이러한 소문자 전략을 쓴 게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또 "앨범을 실물 음반이 아닌 스트리밍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노래 제목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청자의 시선을 잡아끌려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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