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7조원 'AI 메가센터'…대구는 여전히 착공 못 해

입력 2025-06-16 16:41:12 수정 2025-06-16 19:45:19

SK·AWS, 울산에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 구축
대구 수성알파시티 사업은 토지 계약도 미완

수성알파시티 전경. 수성구청 제공
수성알파시티 전경. 수성구청 제공

인공지능(AI)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클라우드 1위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SK그룹이 울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급증하는 국내와 아시아의 데이터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대 2조5천억원 규모로 비수도권에 지어질 예정인 국가AI컴퓨팅센터에 이어 민간 투자 분야에서도 대구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GPU 6만장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만들기로 했다. 오는 8월 착공해 2029년까지 103MW 규모로 완공하고, 장기적으로는 1GW 규모까지 확장해 동북아 AI 허브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그룹이 대구에 계획했던 8천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는 투자 규모에서 압도적 차이를 보인다.

입지 선정에서도 SK·AWS는 전력 조달과 냉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울산을 선택하며 경제성과 기술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인근 SK가스의 LNG 열병합발전소와 울산 북항 에너지복합단지를 활용한 전력·냉열 인프라, 해양 냉각수 조달 및 해저 케이블 송수신 여건 등이 결합돼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에서도 KT–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새로운 AI 동맹이 형성됐다고 평가하며 이는 일본 소프트뱅크–오픈AI, 미국 xAI 등과 함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경쟁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현덕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장은 "울산을 선택한 것은 발전소 등 특수한 지리적 요소들이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며 "기업들이 국내나 아시아의 데이터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성알파시티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구의 AI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토지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등 지연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 C&C와 SK리츠운용, 아토리서치는 지난해 12월 대구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8천억원을 투자해 수성알파시티에 AI데이터센터(AIDC)를 건립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은 올해 착공이 이뤄지고 2027년 상반기에 준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대구도시개발공사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청은 계약이 이뤄지면 곧바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올해 초부터 인허가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수성알파시티의 토지 판매는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인허가는 경자청이 담당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기 시설 등 인허가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지역 기업의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도 SK와 함께 협의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신도철(왼쪽부터) SK리츠운용 대표, 홍준표 시장, 윤풍영 SK C&C 사장,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가 대구 수성알파시티 ABB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및 협력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4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신도철(왼쪽부터) SK리츠운용 대표, 홍준표 시장, 윤풍영 SK C&C 사장,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가 대구 수성알파시티 ABB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및 협력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