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송지혜] 왜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데도 마음을 합하기 어려울까?

입력 2025-06-15 11:02:24 수정 2025-06-15 11:03:37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지난해, 에머슨 콰르텟은 창단 47년 만에 무대에서 은퇴했다. 세계 정상의 현악사중주단이 40년이 넘도록 호흡해온 것은 실로 전설적이다. 그러나 그 긴 시간에는 흔들림도 있었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형제처럼 오랜 세월 함께할수록 '같은 목표' 아래에도 갈등 요소와 피로, 그리고 관계의 재조정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음악이든 일이든, 목표를 공유한 사람들이 함께 길을 걷는 것이 당연해 보이면서도 왜 이렇게 어려울까?

우리는 종종 "같은 목표를 향해 가자"고 말하지만, 막상 그 길 위에서는 충돌이 잦다. 어쩌면 '어디로' 가는가보다 '어떻게' 가는가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빠르게 결과를 내는 걸 원하고, 또 누군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누군가는 사람 사이의 조화를 먼저 보고, 또 어떤 이는 완성도의 높낮이에 더 민감하다. 현악사중주에서 악보 한 줄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듯, 삶에서도 방식의 차이는 종종 갈등을 낳는다. 그러나 진짜 어려움은 방식의 차이보다 감정의 어긋남에서 비롯된다. 생각은 논의로 풀 수 있지만, 감정이 상하면 마음은 드러나지 않는다. "내 의견이 무시당한 것 같다", "왜 나만 희생해야 하지?" 같은 감정은 서서히 마음을 굳게 만든다. 현악사중주도 해석의 차이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감정적으로 강요됐다는 느낌은 오래 남는다.

돌아보면, 우리는 조직 속에서 같은 목표를 말하면서도 정작 서로를 깊이 알지 못한 채 역할만 주고받는다. 이름과 직책은 알지만, 지금 그 사람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지를 모른 채 지나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작은 의견 차이도 쉽게 부딪히고, 오해는 벽이 된다.

사중주가 오래 가려면 악기처럼 사람도 조율해야 한다. 말보다 표정, 설명보다 기색을 읽어야 하는 시간들, 서로 부딪히고 다시 맞춰가는 연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찰떡같이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서로를 맞춰가려 애쓰는 과정을 겪어본 사람들이기에 더 중요하다. 진정한 팀, 오래가는 관계,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동료란 결국 같은 악보 위에서 각자의 음색을 내면서도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대화하고 조율하는 사람들이다. 음악처럼, 인생도 결국 '조율의 예술'이 아닐까.

우리 삶 속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크기와 음색을 가진 존재지만, 한 곡의 음악을 함께 연주하려 한다면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추려는 마음이 먼저다.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 고된 길을 함께 견뎌낼 수 있다면, 우리는 진짜 기적 같은 하모니를 경험할 수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에 서로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