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쟁제한 우려 차단 위해 가격·상품 조건 부과"
OTT 시장 재편…합병 후 콘텐츠 제작·수급 역량 강화 기대
실시간 방송·야구 중계 등 독점 콘텐츠 이용자 보호 조치 병행
정부가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내년 12월 31일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심의한 결과 이같은 내용의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조건에 따르면 티빙·웨이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각사의 현행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되더라도 현행 요금제와 가격대·서비스가 유사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해 같은 기한까지 유지해야 한다.
통합 서비스 출범 전 현행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는 그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가 통합 서비스 출범일 이후 해당 요금제를 해지했더라도 1개월 이내 같은 요금제 재가입을 요청하면 허용해야 한다.
공정위가 이 같은 조건을 부과한 것은 국내 사전 제작콘텐츠 중심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 두 회사 결합으로 경쟁 제한 효과가 나타날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이용자 수 기준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33.9%), 티빙(21.1%), 쿠팡플레이(20.1%), 웨이브(12.4%) 순이었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OTT 시장 상위 4개 업체가 3개로 줄어 새 회사의 가격 설정 능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를 각각 이용할 수 있는 단독상품을 없애고 결합상품만 출시한다면 구독 요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두 회사 서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실시간 방송 채널이나 한국프로야구 중계 선호도가 높아 경쟁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요금제 유지 기한은 한국프로야구 모바일 독점 중계권이 내년 말까지라는 점 등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 공정위는 티빙 측인 CJ가 경쟁 OTT 사업자에 방송·영화 등 콘텐츠 공급을 봉쇄할 우려는 낮다고 판단했다. 경쟁 사업자는 CJ 콘텐츠가 주력이 아니고, CJ를 대체할 수 있는 업체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웨이브 측인 SK 소속회사가 OTT 서비스와 이동통신·유료방송 서비스 간 결합 판매를 통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 또한 낮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이나 SK브로드밴드가 경쟁 OTT와 제휴를 끊더라도 KT나 LG유플러스, 네이버 등 다른 사업자와 제휴해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앞서 CJ ENM과 티빙은 웨이브 이사 8인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인, 감사 1인을 자신의 임직원으로 겸임하도록 하는 합의서를 지난해 11월 웨이브와 체결하고 그 한 달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번 조치는 두 회사가 미리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시정방안을 제출해 전문가 의견 조회 등을 거치는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통해 마련됐다.
공정위는 합병 회사가 넷플릭스·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 등 경쟁사업자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혁신성장이 촉진되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법 위반 행위가 발견되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OTT 사업자 간 수평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격인상 효과 등을 차단해 OTT 구독자 피해를 예방하면서도 콘텐츠 수급·제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업결합 취지를 살려 궁극적으로 OTT 구독자 후생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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