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구하기 힘드네"… 기후플레이션에 생산 줄고 가격 오르고

입력 2025-06-03 19:25:57 수정 2025-06-03 22:25:46

지난해 대구 보리 생산량 916톤으로 23.6% 급감
잦은 강수 등으로 수확량 급감→제품 생산 차질
쌀, 겨울무도 작황 부진에 생산 감소·가격 상승세

기후변화 영향으로 보리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제품 생산 차질 등이 이어지고 있다. 2일 대구 중구의 한 유통업체에 보리차 제품이 진열돼 있다. 정은빈 기자
기후변화 영향으로 보리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제품 생산 차질 등이 이어지고 있다. 2일 대구 중구의 한 유통업체에 보리차 제품이 진열돼 있다. 정은빈 기자

"요즘 보리차 구하기가 힘들어요. 품절이 잦아서 재입고 알림이 뜰 때마다 여러 개 사서 쟁여놓고 있어요."

기후변화에 농작물 재배여건이 악화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보리 재배면적은 307헥타르(ha)로 전년 대비 6.1% 줄었고, 생산량은 916톤(t)으로 23.6% 급감했다. 경북의 보리 재배면적은 546ha로 1년 새 4.7% 증가했으나 생산량이 2천5t으로 10.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인 보리 생산량은 7만891t으로 1년 전보다 27.5% 감소하며 1966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재배면적은 2만3천298ha로 7.7% 줄었다. 통계청은 "전년 파종기(10~12월) 가격 하락으로 재배면적이 줄고, 생육 초기 잦은 강수로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보리는 해마다 10~11월 파종하고 이듬해 5~6월 수확하는데, 생육기 예년보다 잦은 비와 병충해 확산 등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올해도 강수 증가와 늦겨울 한파 등 기후 불안정으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지난해와 올해 남부지역의 봄철(3~5월) 강수일수는 각각 28.1일, 26.4일로 모두 평년(24.8일)을 웃돌았다.

생산량 감소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산보리로 만드는 보리차 등 제품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한국물가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지역 평균 보리쌀 가격은 1되(765g)당 4천원으로 1년 만에 1천800원(81.8%) 뛰었다.

쌀과 무 등에서도 작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지난달 쌀 소매가격(20kg 기준)은 지난 4월보다 1천347원(2.4%), 지난해 5월보다는 2천233원(4.1%) 오른 5만6천178원으로 나타났다. 무 도매가격(20kg 기준)은 지난 4월 기준 2만4천150원으로 1년 전보다 9천747원(67.6%) 올라섰다.

연구진은 "겨울무의 경우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면서 "쌀 가격은 생산량 감소와 정부 수급안정 대책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지난 3월부터는 작년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다. 이번 달 산지 평균 가격은 4만9천원 내외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보리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제품 생산 차질 등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후변화 영향으로 보리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제품 생산 차질 등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식수용 보리차 티백(300g)' 제품은 품절 상태였다. 정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