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보다 中 견제가 우선 "방위비 대폭 인상"

입력 2025-06-01 16:08:49

美, 中 견제 목표 아래 주둔미군 재배치 고려
"비용 부담 함께" 韓·日에 방위비 대폭 인상 압박
中 강력 반발 "美, 신냉전 긴장 조성"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 재배치도 중국 견제라는 큰 목표 아래 결정한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의 두 고위 당국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 관련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주둔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배치된 병력의 감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싱가포르로 향하던 기내에서 한국 언론의 질의에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며 "한국 정부와 동맹을 현대화하고, 지역 내 안보 환경의 현실을 반영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태세를 조정(calibrate)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中, 아시아 패권국 되려 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31일 연설에서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려고 한다"며 "이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대놓고 대만을 위협하는 행태도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막대한 군사력 증강, 목표 달성을 위한 무력 사용 의지로 이 지역의 현재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중국의 행동은 주변국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긴급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또, 남중국해 이웃 국가들을 괴롭히는 행동에 대해 "중국이 주변국을 존중하지 않고 주권과 항행 자유에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남중국해에서의 어떤 일방적, 강압적 현상 변경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한 4개국(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고위급 대표들이 기념 촬영 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한 4개국(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고위급 대표들이 기념 촬영 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韓·日에 방위비 대폭 인상 압박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대폭 인상을 압박했다. 그는 "유럽이 점차 안보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처럼 아시아 동맹국들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중국과 북한을 마주하고 있으면서 훨씬 적은 국방비를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인도·태평양 동맹국들도 스스로 신속히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의 충돌을 윈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 중요한 지역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고, 동맹과 파트너들이 종속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부여한 임무인 '힘을 통한 평화'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수천억원이 넘는 방위비 인상 카드가 오가고 있으며, 한국 역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일본 이상의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中 강력 반발 "美, 긴장조성"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외교부는 1일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헤그세스는 진영 대결의 냉전적 사고를 퍼뜨리면서 '중국위협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이는 도발과 도전으로 가득하다"며 "중국은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미국에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미국이야말로 세계의 명실상부한 패권국가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안정을 깨는 최대 요인"이라며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남해(남중국해) 지역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고 이 지역을 화약고로 바꿔, 다른 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