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끝없는 기다림…정부, 심정지 환자 포함 검토

입력 2025-05-28 15:19:51 수정 2025-05-29 09:38:41

매일신문 연속 기획 '숭고한 나눔, 기적 같은 보물' 결실
하루 8명 이식대기자 사망…복지부, 'DCD 제도' 도입 추진
DCD, 심정 지 후 사망 판정 이후 장기기증하는 방식
제도 도입 5년 차에 전체 기증 건수 775건까지 증가 전망
현행 장기이식법 개정 필요…복지부 "법령·지침 등 어떻게 구축할지 고려해야"

지난 4월 24일 대구 계명대학교 성서동산병원에서 김민애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와 김경수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가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4월 24일 대구 계명대학교 성서동산병원에서 김민애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와 김경수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가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보건복지부가 뇌사자에 한정됐던 장기기증 범위를 심정지 환자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증자 수가 줄고 이식 대기자 사망이 늘면서, 정부가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신문이 최근 장기기증의 현실을 연속으로 기획보도한 '숭고한 나눔, 기적 같은 선물'(본지 5월 7일자 1면·10면·11면, 5월 9일자 8면·9면, 5월 13일자 10면·11면, 5월 15일자 7면, 5월 22일자 12면 보도)의 결실로 해석된다.

28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기등의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정부는 심정지 후 장기를 기증하는 'DCD'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DCD는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으로 심정지가 온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 사망으로 판단되면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뇌사자에 제한된 현행 기증 체계가 확대되는 셈이다.

DCD가 검토되는 배경으로는 뇌사 기증자 감소가 꼽힌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17년 515명이었던 뇌사 기증자 수는 지난해 397명으로 줄었다.

기증자가 감소하면서 이식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는 늘었다. 2019년 2천145명이었던 사망자는 2023년 2천907명으로 3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5.8명에서 7.9명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DCD가 도입되면 기증 건수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이식학회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제도 도입 첫해에는 뇌사 기증을 포함한 전체 기증 건수가 637건, 5년 차에는 775건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뇌사 및 DCD 장기기증 현황. 국제 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
해외 뇌사 및 DCD 장기기증 현황. 국제 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

미국과 유럽 등 기증 선진국에서는 이미 DCD가 주요한 기증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전체 장기기증의 약 50%가 DCD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조원현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식혈관외과)는 "DCD로 기증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고 학계에서도 요구를 많이 했다"며 "외국 사례를 보면 DCD는 도입 이후 증가율이 가파른데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건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DCD가 실현되기 위해선 현행법 개정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은 장기기증 범위를 사실상 뇌사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DCD 도입을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두 법안 모두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DCD가 이뤄지면 기증 수술이 30%가 증가할 거라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왔다"며 "법령과 시행령, 시행규칙부터 세부적인 지침 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