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폐막 하루 앞…황금종려상 트로피 거머쥘 감독은

입력 2025-05-24 10:14:34

스탈린 숙청기 그린 우크라 영화 최고점…이란 파나히 감독과 공동 1위
경쟁부문 '막차' 탄 中 비간 감독 신작 호평…다르덴 형제 신작에도 관심

제78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일대 모습. AP=연합뉴스
제78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일대 모습. AP=연합뉴스

올해 칸국제영화제 폐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누가 거머쥐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영화계에 따르면 제78회 칸영화제 시상식은 현지 시간으로 폐막일인 이날 오후 6시 40분(한국시간 25일 오전 1시 40분)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다.

황금종려상 등 주요 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경쟁 부문에는 총 22편의 작품이 후보로 올라 있다. 거장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의 '더 영 마더스 홈', 쥘리아 뒤쿠르노의 '알파', 비간의 '레저렉션', 아리 애스터의 '에딩턴', 웨스 앤더슨의 '페니키안 스킴', 켈리 라이카트의 '더 마스터마인드' 등이다.

심사위원장은 프랑스 명배우 쥘리엣 비노슈다. 한국인으로는 역대 6번째로 심사위원을 맡은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미국 배우 할리 베리, 제러미 스트롱, 인도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 등과 함께 수상작을 가린다.

칸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전 세계 영화 매체의 평점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별점에선 '투 프로시큐터스'가 3.1점으로 정상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감독 세르히 로즈니차가 연출한 이 작품은 1937년 스탈린 대숙청 시기 소련을 배경으로, 부조리하고 억압적인 체제에 맞서 정의를 추구하는 젊은 검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이란 영화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3.1점으로 '투 프로시큐터스'와 공동 1위에 올랐다. 임신한 아내를 태우고 운전하던 남자가 사고를 당해 정비소에 들렀다가 과거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힌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치며 겪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파나히 감독은 칸영화제 각본상·심사위원 특별상·황금카메라상,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받은 이란의 대표 거장이다. 그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 세계 4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한 감독이 된다.

'티탄'(2021)으로 여성 감독으로는 역대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뒤쿠르노의 '알파'는 1.5점을 받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학교에서 돌아온 13살 소녀 알파의 몸에 문신이 새겨진 것을 홀어머니가 발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생애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장을 받은 미국 감독 아리 애스터의 '에딩턴' 역시 1.5점을 받는 데 그쳤다. 작은 마을 에딩턴에서 보안관과 시장이 대치하며 일어나는 이웃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호아킨 피닉스, 페드로 파스칼, 에마 스톤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했다.

일본 여성 감독 하야가와 지에의 '르누아르'는 2.5점을 기록해 중위권에 자리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유일한 일본 영화로, 사춘기와 가족 문제를 헤쳐 나가는 11살 소녀 후키의 이야기다.

영화제 개막을 며칠 앞두고 깜짝 초청장을 받은 중국 감독 비간의 '레저렉션'은 아직 평점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외신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인류가 꿈꿀 능력이 사라진 가상의 미래, 한 여자가 괴물의 꿈속에 들어가 중국 역사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비간 감독은 '카일리 블루스', '지구 최후의 밤' 등을 통해 꿈과 환상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선보였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더 영 마더스 홈'은 아직 공식 상영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두 감독은 신작에서도 보호센터에 머무는 다섯 명의 젊은 엄마와 이들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다.

두 감독은 앞서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번에 황금종려상을 받게 되면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3번 수상한 감독이 되는 만큼 이들의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영화
영화 '투 프로시큐터스' 감독과 배우진.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