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우영] 제7공화국을 향해

입력 2025-05-27 16:36:31 수정 2025-05-27 16:37:14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1대 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 주지하듯이 이번 대선의 직접적인 원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고, 비상계엄의 위헌성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명료하게 밝혀졌다. 비상계엄은 민주주의 원칙에 둔감한 전임 대통령이 자초한 대참사였다.

비상계엄을 촉발한 또 다른 원인은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비롯된 '망국적 양극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정치적 반대 세력은 줄곧 탄핵을 외쳐 왔다. 그동안 국회에선 정부 인사와 검찰 등에 대해 30건이 넘는 탄핵소추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를 정략 탄핵으로 비난하고, 국회 입법에 대한 거부권으로 대응하며 국정의 위기가 가속화됐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줄탄핵이 이어지는 등 의회민주주의가 퇴행하며 양극화는 골을 메울 수 없는 망국적 상황에 다다랐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파국은 이처럼 리더십 위기와 양극화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21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그 잘못을 청산하고 국가를 개혁하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국가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그에 상응하는 제도 변경이 요청된다. 한국 정치의 경쟁 규칙은 승자독식의 다수결주의로 1위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것이다. 반면, 민주화 이후의 대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즉 과반수 미만의 지지로 선출된 대통령들이 지지층을 동원해 권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다. 이러한 딜레마는 제도 변경 없이는 해소되지 않는다. 권력 독점은 대통령에게만 있지 않다. 전국적 관점에서 수도권과 중앙 정치에 정치 경제 문화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비수도권과 지방 정치는 변방에서 연명하고 있다. 지방자치 30년이 지났건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제도 변경의 핵심은 권력구조를 포함해 전국적 분권을 실현하는 헌법 개정이다. 이는 대통령과 국회의 제왕적 권한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분권과 자치를 헌법에 이념화하는 과제를 제기한다. 이번 대선에서 분권 개헌의 로드맵을 사회적으로 합의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지방 유권자의 굳건한 연대가 요청된다.

한국 정치를 대개조하는 과업은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유권자 스스로 선거 과정에서 개혁 의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야 한다. 높은 투표율과 득표율은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연이은 대통령 탄핵에 좌절한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하거나 투표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래의 주역인 청년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와 낮은 투표율도 중대한 변수다. 대통령 탄핵을 넘어 양극화를 청산하고 국가를 개혁하는 데 이 두 집단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나아가 탈진실의 시대에 유권자는 부정선거론과 같은 망상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부정선거론에 심취한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비극으로 탄핵당했다. 그럼에도 거리 곳곳의 현수막에는 부정선거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말자는 주장은 부정선거론의 백미다. 결국 이런 허황한 주장의 피해자는 유권자다. 투표 불참으로 더 좋은 후보가 낙선한다면, 그 업보는 응당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

그래서 제7공화국으로 향하는 출발선에서 정치적 이성과 진실의 회복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