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닥터의 작은 사명
아이들은 언제나 '꿈'을 향해 뛴다. 아직 몸도 마음도 여린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진지함이 있고, 땀방울엔 간절함이 배어 있다. 누군가는 프로 농구선수가 되고 싶고, 누군가는 프로 야구 무대를 꿈꾼다. 어른들보다 더 순수하게, 더 뜨겁게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그 아이들의 꿈이, 다치지 않고 꺾이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그리고 스포츠 의사의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최근 나는 대구 지역의 유소년 농구 및 야구팀을 방문하여 선수들의 컨디션과 메디컬 체크를 실시했다. 병원 진료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만난 아이들은 나를 진료실의 딱딱한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그 팀의 일원으로, 오래 본 팀닥터처럼 대해 주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장에서 그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지켜보며, 간단한 문진과 평가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어깨가 조금 아파요", "무릎이 찌릿할 때가 있어요" 병원을 찾기엔 애매하고 감독님에게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나에게는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은 말들이었다. 특히 요즘 유소년 선수들 사이에서는 특정 부위에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주어 발생하는 과사용증후군(Overuse Syndrome)이 급증하고 있다. 성장을 멈추지 않은 관절과 근육은 반복적인 훈련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도한 훈련이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를 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 의사다. 수술은 나의 본업이지만, 유소년의 아이들에게만큼은 되도록이면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 수술은 신체적 회복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며,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그 영향이 성인보다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조기에 개입하고, 간단한 치료와 생활 습관의 교정, 예방적 접근을 통해 수술 없이 회복시키고 싶다.
흔히 프로 선수나 성인 선수의 치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물론 그들 또한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유소년 선수들의 치료와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한 단계에 있고, 올바른 치료와 교육을 통해 건강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현장을 자주 찾으려 한다. 진료실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자세, 습관, 훈련 방식이 아이들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장에서는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감독과 코치, 선수, 그리고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절실하다. 때로는 훈련 강도를 조절하고,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함께 내려야 한다.
예방은 치료보다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운동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부상 없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나는 그것이 스포츠닥터로의 진정한 사명이라 믿는다. 그들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운동장을 향한다.
임경환 대구 올곧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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