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개헌안, 다수당에 권력 집중…푸틴식 장기집권 악용 우려"

입력 2025-05-19 18:09:38 수정 2025-05-19 21:12:42

정치·학계 '행정부 사실상 무력화'
4년 중임제 아닌 연임제 제안…임기 총량 없어 '무한정 집권'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도 논란…의회 권력 제동 걸 장치 절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유세에서 방탄유리가 설치된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유세에서 방탄유리가 설치된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4년 연임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가 핵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개헌안이 대선판 화두로 자리잡았다. 개헌안의 명분은 현행 헌법상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치는 것이지만 정치권·학계에선 입법부·행정부 간 균형이 무너지고 다수당 중심으로 권한이 쏠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후보 개헌안의 표면적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자는 것이지만, (사실상) 권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축을 다시 짜고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 등에서 4년 중임제를 제안해 왔으나 이번엔 4년 연임제를 꺼내 들었다. 문제는 장기 집권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다. 4년 중임제는 '임기 총량 제한제'라 최대 집권 기간이 8년이지만, 연임제는 명문화하지 않을 경우 임기 총량의 제한이 없는 탓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회 연임을 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거쳐 또다시 푸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연임을 하는 식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푸틴식의 장기집권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면 연임이 아닌 중임이라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중임을 썼다가 연임을 썼다는 것은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안에 포함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두고서도 논란이 크다.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를 국회 추천으로 선출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다수당의 입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이 후보의 개헌안에선 국회가 추천한 인사를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게 된다.

김영수 영남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각의 책임을 정당에 지우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라며 "현행 대통령제를 이원정부제로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내용인 데다 의회 권력에 제동을 걸 '국회 해산권'도 명시되지 않아 우려된다"고 했다.

현재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하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없애는 내용도 개헌안에 담겼다. 하지만 다수당이 집권할 경우 행정부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못 쓰게 되면 의회를 견제해 최종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제도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