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센터 외벽에 웬 병원 간판? '옆 건물주' 전직 구의원이 붙였다

입력 2025-05-13 15:52:45 수정 2025-05-13 20:46:21

최소 6년 이상 부착…"구청 정말 몰랐나" 의심도
건물주 "행정복지센터 측과 서로 양해 봐주던 것"
서구청 "정확한 경위 파악 어려워…재발 방지하겠다"

지난 7일 오후 평리1동행정복지센터 외벽에서 간판이 제거된 직후의 모습. 부착된 흔적이 남아
지난 7일 오후 평리1동행정복지센터 외벽에서 간판이 제거된 직후의 모습. 부착된 흔적이 남아 '정형외과'라는 글씨를 여전히 알아볼 수 있다. 남정운 기자

대구 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외벽에 옆 건물 병원 간판이 수년간 붙어있다 최근 민원이 제기되면서 철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건물의 주인은 전 구의원이자 지역 당협 수석부위원장인 A씨, 병원장은 A씨 사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와 사위는 2010년대 말 병원 개업 이후 건물과 인접한 평리1동 행정복지센터 외벽에 '정형외과' 글씨를 부착하고, 이를 사실상 간판처럼 활용했다.

글씨는 최소 6년 이상 별다른 제지 없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던 이달 초 한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평리1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7일 글씨를 제거했다.

평리1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구체적인 위법사항을 따질 것도 없이, 부착된 일 자체가 부적절하다 여겨 바로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공공건물을 사적으로 이용했고, 구청은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제4대(관선) 서구의원을 역임한 뒤 현재 국민의힘 서구 당원협의회에서 수석부위원장과 후원회장 등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건물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평범한 주민들이라면 공공건물에 간판을 붙일 생각이라도 해봤겠느냐"며 "공무원들이 본인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던 건 아닌가. 구청이 정말 몰랐던 건지도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같은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건물 옆에 행정복지센터가 지어질 때부터 측량 등 여러 편의를 제공했고, 이후 고마움을 표한 동장 등에게 양해를 구해 간판을 부착했다는 것이다.

A씨는 "병원 영업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여러 방법을 동원했던 것"이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간판을 철거했다.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서구청은 A씨가 당시 협의했다고 주장한 직원들이 모두 퇴임한 상태라며, 간판 부착·방치 경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 청사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