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박정택 수도군단장 직무배제…군, 징계절차 착수

입력 2025-05-12 09:06:34

기자회견 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 연합뉴스
기자회견 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 연합뉴스

육군이 비서실 근무자에 대한 갑질 논란이 제기된 박정택 수도군단장(육군 중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육군은 12일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문자공지를 통해 "육군은 수도군단장에 대한 의혹을 감찰조사한 결과, 부적절한 사안을 확인해 오늘(12일)부로 해당 지휘관에 대해 직무정지를 위한 분리파견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군단장 비서실 근무자들의 제보를 근거로 박 군단장이 지난 1년여간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수도군단장 박 군단장과 그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행한 '갑질' 피해에 대한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제보를 통해 확인한 갑질 피해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의 사적 지시로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박 군단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동기다.

군인권센터는 특히 박 군단장이 장교가 아닌 부사관을 대상으로 갑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수도군단장은 집무실에 비서실 직원이 여럿 모인 자리에선 따로 사적인 지시를 하지 않다가 부사관 직원들과 단둘이 있을 때만 무리한 부탁을 하는 등 사적 지시가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만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군단장은 지난해 3월 비서실 근무자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해야 하니 좀 알아오라"며 수영장의 아쿠아로빅 과정 접수 방법을 확인하고 대리 신청을 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직원이 선착순 접수를 위해 오전 4시부터 수영장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박 군단장은 자녀의 결혼식 날 직원 1명을 투입해 메이크업샵, 결혼식장까지 운전하게 하거나 하객 인원 체크, 자리 안내, 결혼식 후 짐 나르기 등 사적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비서실 간부들은 중고 거래 대행, 반려동물 밥 챙기기, 스포츠 경기 VIP 티켓 구해오기, 관사 화단 감 따기, 화단 가꾸기, 관사 인근 길고양이 요구 등의 지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서실 근무자가 군인권센터에 제보한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박 군단장에 대해 "직무배제와 함께 추가로 법무에서 징계 조사를 오늘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