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온누리국악예술단 대표, 아빠는 재즈 피아니스트, 자녀들도 국악과 한국무용 익혀
청도지역 유청소년 대상 국악 클래스 진행
온누리국악예술단은 경북 청도군을 대표하는 전통 예술단체로, 국내외 공연은 물론 청도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국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예술단 대표는 아쟁 연주자인 구승희(39) 씨로 청도의 공동 육아 커뮤니티 '노는엄마들'의 멤버이기도 하다. 구 대표의 남편은 재즈 피아니스트인 김정식(44) 씨. 둘은 2014년 결혼해 첫째 소울(10, 남성현초등학교 4학년), 둘째 겨울(6, 남성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 막내 라울(3) 등 세 자녀를 뒀다.

◆국악, 한국무용, 재즈피아노 등 온 가족이 예술활동
온누리국악예술단은 1995년 옛 유등초등학교(청도군 화양읍) 자리에서 사물놀이패로 시작한 단체다. 단원은 구 대표를 비롯해 총 15명.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연과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기획과 기타 교육활동으로도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현재 매주 토요일마다 청도지역 유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국악 클래스(가야금, 해금, 피리, 한국무용, 우륵반)를 개설해 운영 중인데 강사진 수준이 높아 학부모들 반응이 꽤 좋다.
그는 "예술단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예술활동을 매개로 지역과 사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해, 온누리국악예술단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구 대표 자녀 첫째 소울도 국악 소녀다. '전공으로 국악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현재 예술단에서 진지하게 해금을 배우고 있다. 둘째 겨울은 바른 자세와 신체활동을 돕는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는데 곧잘 따라하는 편이다. 33개월 라울은 아직 뭔가를 배우고 있지는 않지만 태생적으로 국악과 친숙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사랑둥이 막내로 자라나는 중이다.
구 대표는 "전공으로 예술을 하지는 않더라도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예술교육은 인간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런 점에서 온누리국악예술단은 유청소년들이 국악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 교육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가정에서 유일하게 서양 음악을 하는 이는 남편 김정식 씨.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비주얼은 완전 상남자지만 아이들에겐 한없이 따뜻하고 가정적이라는 게 구 대표의 전언이다.

◆안 낳아서 못 키우지 낳아 놓으면 절로 큰다
구 대표는 일주일에 3번 저녁시간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한다. 이럴 때면 남편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데 때때로 돌봄선생님의 도움도 받는다. 여기에 올해 구 대표가 대학원에 복학하면서 남편이 저녁에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시간은 더욱 늘었다. 아이들 등하교(원) 픽업도 원래는 아침과 오후 모두 아내가 하는 것으로 육아 분담 원칙을 정했지만 최근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종종 남편이 아침 픽업을 대신해주곤 한다. 그 외 학교 관련한 행사 참여는 거의 다 아내 몫이다.
토요일에는 온누리국악예술단에서 진행하는 국악 클래스 수업이 있다. 첫째와 둘째도 수업에 참여한다. 막내는 아직 교육을 받을 수 없어 아빠하고 시간을 보낸다. 대신 수업을 마친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은 구 대표가 오롯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을 가기도 하고 주변 친구 가족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간혹 도시로 공연이나 영화, 쇼핑을 나가거나 더 멀리 여행을 떠날 때도 있다. 이는 바쁜 아내를 위해 남편이 가족들의 식사를 전적으로 맡아 해주니 주말이라도 편하게 개인 시간을 가지라는 배려 차원이다.
구 대표는 "일 하는 엄마로서 아이 셋을 어떻게 키우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은데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틀린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안 낳아서 못 키우지 낳아 놓으면 저절로 큰다'는 말이 그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첫째를 키울 때보다 둘째, 셋째로 내려올수록 그렇게 육아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특히 둘째를 낳고서는 자신의 일이 아이들에게도 이로운 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예술놀이터, 예술교육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게다가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노는엄마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우스갯소리로 "우리 아이 하나 더 낳아 같이 키우자" 했는데, 그 말처럼 셋째도 갖게 됐다. 그는 요즘도 "5살만 젊었어도 아이 하나 더 낳을 건데"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한다.
다자녀라서 좋은 점도 많다. 무엇보다 엄마아빠에게 놀아 달라고 하지 않고 저희들끼리 잘 놀아서 부모가 체력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다는 것이 큰 이점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다둥이라는 표현은 마땅찮게 생각한다. 자꾸 어떤 제도 안에 넣어서 이름을 맞추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가 하나면 어떻고 둘이면 어떠냐, 아이는 존재 만으로도 귀하고 사랑스러우니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는 "아이들이 많은 게 복 중의 가장 큰 복"이라며 "사실 요즘은 갖고 싶어도 못 가지는 분들도 많은데, 정말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돌보미 지원사업, 현실성 있게 고쳐줄 수 없나요
김정식·구승희 부부는 "현재 다자녀가정이라 딱히 힘든 점은 없다"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출산·양육 정책이 현실적이고 빈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아이돌보미 지원사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부부는 "늦은 시간까지 수업과 공연이 있는 경우 돌봄선생님한테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서 참 든든하고 감사하다"며 "문제는 아이들에 대한 안전상 정책이라는 이유로 돌봄선생님이 아이들 픽업을 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막아 놓은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돌봄선생님은 돌봄으로 지정된 공간(집) 외에는 아이들과 다른 곳을 이동, 방문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는데, 이는 일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나 이해가 안 되는 정책이다. 돌봄선생님의 도움을 받더라도 아이를 픽업하는 일은 무조건 부모가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가 올 시간이 되면 부모는 일하는 도중에라도 직접 데리고 와서 돌봄선생님한테 맡긴 뒤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방학기간이 문제다. 돌봄선생님과 아이들이 온종일 집에만 머물러야 해 답답한 면이 이만저만 아니다. 청도 같은 시골은 읍·면 시가지에 마트, 도서관, 병원 등이 밀집돼 있어 마을에 사는 이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필수인데 어떠한 경우에도 돌봄선생님은 이를 할 수 없다. 실제 주변을 보면 이런 불편함(픽업 문제) 때문에 필요한 가정에 돌봄사업이 쓰여지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구 대표는 "이동을 했다가 사고가 날까 봐 돌봄선생님의 이동을 금지했다고 하는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것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들이 하나 같이 불편하다고 하는 이 부분을 정부는 반드시 개선해줬으면 좋겠다"며 "관련 보험을 개인 부담으로 넣든 좀 더 안전하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양육자들이 바라는 부분"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출산과 양육과 관련해 많은 지원정책이 있다는 것은 아는데, 현실에서 빈틈과 공백이 있으면 있으나 마나 한 정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며 "부디 아이돌보미 지원사업 하나라도 불합리한 부분은 고쳐서 현장에서 만족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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