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의대생 유급·제적…의료계 "좌시 않겠다" 반발

입력 2025-05-11 14:11:01 수정 2025-05-11 20:25:00

전국 40개 의대 8천여명 유급…'트리플링'도 현실화 가능성 높아져
의대협, 교육부 관계자 공수처 고발…김택우 의협회장 "좌시 않겠다" 반발

대구의 한 의대 캠퍼스에서 학교 관계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의 한 의대 캠퍼스에서 학교 관계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제출한 유급 및 제적 대상자 현황을 공개하고 학칙에 따른 소명절차 등을 거쳐 원칙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9일 각 대학으로부터 의대생 유급·제적 현황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유급이 예정된 의대생은 8천305명으로 전체 재학생(1만9천475명)의 42.6%에 달했다.

학교 학칙에 따른 제적 예정 인원은 재학생의 0.2%인 46명이었다. 예과 과정에 학칙상 유급이 없는 대학의 경우 2025학년도 1학기 이후 확정될 '성적 경고' 예상 인원은 3천27명(15.5%)이다. 올해 1학기 등록(복학) 시 유급 등의 처분을 피하려고 1개 과목만 수강 신청한 인원은 1천389명(7.1%)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이들을 제외하고 올해 1학기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의대생은 최대 6천708명(34.4%)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말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천58명으로 확정하면서 발표한 수업 참여율 25.9%에서 8.5%포인트(p) 올라간 수치다.

교육부가 밝힌 의대생들의 유급과 제적 현황.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밝힌 의대생들의 유급과 제적 현황. 교육부 제공.

대구경북지역 의대들은 대체로 유급·제적 규모를 밝히길 꺼려하는 분위기다. 전체 유급·제적 현황만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낀 나머지 "유급과 제적이 확정되는 시기는 학기 말"이라며 구체적인 현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중 계명대만 의대 재적 학생 493명 중 299명(60.6%)이 유급대상자라고 공개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수업 공간은 충분하나 교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24, 25, 26학번을 합해 최대 260여명이 1학년 수업을 듣게 될 수도 있어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부 발표 직후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의료계는 교육부가 대학을 압박해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의대생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교육부가 대학에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반려하게 한 데 이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제적·유급하도록 압박했다며 9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공수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의대생들이 낸 휴학원은 엄정히 다른 학과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학칙을 기준으로 하면 적법한 것"이라며 "교육부는 각 대학 총장·학장 등 주요 보직자에게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제적시키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성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도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연 대선 정책제안 보고회에서 "정부가 절차적인 정당성도 없이 무리하게 의대생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의대생 단 1명이라도 제적 사태가 발생하면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대학별 유급·제적이 확정됨에 따라 교육부는 각 대학과 협력, 학업에 복귀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복귀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의 엄정한 대응을 통해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가칭)의학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의대 교육 발전을 위해 학생들을 포함한 의학교육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유급 결정으로 인해 향후 동일 학년에 복수 학번의 학생들이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 각 대학이 진급 시기별 학생 현황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여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