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유진] NFT와 디지털 아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1)

입력 2025-05-06 13:06:44 수정 2025-05-06 15:14:33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2021년,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이 69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은 전 세계 미술계를 흔들었다. 캔버스도 조각도 아닌 실체 없는 디지털 이미지는 NFT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희소성'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부여 받았고, 그 가치는 곧 거대한 금액으로 환산됐다.

그날 이후, 미술계는 낯선 열기로 가득 찼다. NFT는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디지털 자산이라는 개념으로, 예술의 소유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디지털 이미지조차 고유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감각은, 특히 젊은 작가들과 수집가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당시 아트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아티스트부터 전통적인 미술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신인 작가들까지 NF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됐고, 팬데믹으로 움츠러든 예술계는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NFT 미술 시장은 눈에 띄게 식어 있다. NFT를 둘러싼 초기의 화제성과 투자 열풍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이전의 광풍을 기억하는 이들 사이에선 '거품'이라는 단어가 서성인다. 한때 수천만원을 호가하던 NFT 작품들이 이제는 거래조차 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정성과 맞물리며 NFT 작품들의 평균 가치는 뚜렷하게 하락했다. 그것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디지털 희소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과연 NFT는 예술의 새로운 미래였을까, 아니면 스쳐 간 디지털 유행의 하나였을까.

NFT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복제의 시대에 '원본(original)'에 대한 감각을 회복시켰고, 물성이 없는 예술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소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것은 단지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예술을 '소유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꿨다. 갤러리나 중개자 없이도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NFT는 미술계의 민주화를 상징하기도 했다. 기술은 예술의 외연을 넓혔고, 예술은 그 기술을 품으며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실험이 불완전했음을 증명하듯,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예술의 본질은 배경으로 밀려났다. 진심 어린 창작보다 수익을 노린 콘텐츠가 더 주목 받았고, NFT의 예술적 가능성은 '투자의 대상'이라는 이미지에 가려졌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했지만, 예술은 그 안에서 길을 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NFT 등장 이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NFT가 예술의 미래일지 아닐지를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변화의 과정을 통해 무엇을 다시 바라보게 됐는가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