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회계 예산 구청장 공약사업에 돌려 쓰려는 달서구청…의회 반발

입력 2025-05-04 14:44:04

구청, 주차장 관리 예산 110억원 일반 회계 예탁 추진
구청 "시간 지나면 공사 비용 늘어나는 상황…추진 불가피"

대구 달서구청·달서구의회. 매일신문DB
대구 달서구청·달서구의회. 매일신문DB

대구 달서구청이 주차장 관리 예산을 전용해 구청장 공약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목적을 가진 예산을 다른 용도로 돌리는 식의 예산 집행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 구청은 갈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특정 사업을 우선 추진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달서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주차장 특별회계 보유금을 일반 회계에 예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약 110억원의 특별회계 보유금은 주차장 조성이나 보수 등에 사용하도록 용도를 정해 놓은 예산이다. 지금까지 해당 예산이 일반 회계로 전환된 사례는 한차례도 없었다.

달서구는 보유금의 용도를 변경하는 예탁안을 다음달 중 달서구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구청은 심의를 담당하는 도시환경위원회와 기획재경위원회 의원을 만나 예탁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도가 변경된 보유금 상당 부분은 구청장 공약 사업에 쓰일 전망이다. 올해 준공을 앞둔 월배노인복지회관의 경우 개관을 앞두고 내부 콘텐츠 기획 등에 14억2천만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지난달 착공 예정이었지만 보류된 달서구 보훈회관의 경우 30억~40억원이 확보돼야 한다.

구청장 공약 사업과는 별도로 청소차고지 관리동 조성에도 26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특정한 목적이 있는 특별회계 예산을 주민과 합의된 용도가 아닌 곳에 투입하는 행위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빈 달서구의회 의원은 "주차장 특별회계의 주 수입원은 주민들이 낸 벌금들이므로, 벌금이 향후 주차장 건립에 사용될 것이라 믿고 낸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며 "추가로 건립하기로 한 주차장 사업 일정에 차질까지 빚어진다면 주객전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달서구청은 사업이 신속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공사 대금이 늘어날 수 있어 예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빚을 내지 않고 모자란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예탁 추진이 불가피하다. 오는 2027년 안으로 예탁한 돈을 모두 갚겠다"며 "필요 예산을 정확하게 예상해 본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매년 공사 비용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