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바라나의 경이로운 자연
하바라나(Habaraṇa)는 스리랑카의 중북부지방 콜롬보에서 북동쪽으로 1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5천여 명의 고풍스러운 마을이다. 스리랑카 문화 삼각지대의 중심부에 자리한 작지만 매혹적인 곳으로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자연적 명소로 향하는 완벽한 관문 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호수, 울창한 주변 환경, 정글과 코끼리가 많이 서식하는 야생동물 사파리, 고대유적과의 근접성으로 유명한 하바라나는 자연과 역사가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는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하바라나는 자연의 순수함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 지역은 평야지대에 자리해 있어, 아침이면 짙은 안개가 낮게 깔려 들판과 호수를 부드럽게 감싸고, 해가 떠오르면, 그 안개를 살며시 걷어내는 모습이 마치 자연이 눈을 뜨는 장면처럼 신비롭다.

크고 작은 많은 호수는 평온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자들을 위한 안식처이다. 무성한 녹지와 야생동물로 가득한 호수는 도시생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이상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호수주변은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 위로 초록빛 나무들이 비치며, 그 주변으로 코끼리 무리가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은 목가적인 그림처럼 다가온다. 호숫가에는 다양한 새들이 날아들어 그들의 울음소리로 고요한 숲을 깨운다. 이른아침, 물안개 사이로 들리는 공작새의 노래는 이 지역이 야생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한다.
저녁 무렵에 붉게 물든 하늘과 나무들의 풍경이 호수위에 드리워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신비한 장면이 펼쳐진다. 하바라나는 자연이 만든 생명들의 소리와 움직임이 더해져 진정한 살아 있는 풍경이 되는 곳이다.


◆ 평생 만날 코끼리를 한꺼번에 만나다
스리랑카는 코끼리의 나라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코끼리와 사람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서 길을 가다보면 숲에서 나와 천천히 도로를 건너는 야생 코끼리와 마주치는 것은 일상이 된지 오래이다. 때론 차를 세우고 코끼리들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할 정도로, 코끼리는 이 땅의 당당한 주인처럼 보인다.
하바라나의 광활한 밀림과 사바나, 고요한 호수와 사원 근처는 코끼리들의 일상적인 무대다. 이곳을 여행하다보면, 코끼리를 만나는 일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경외감으로 이어지곤 한다. 스리랑카는 진정 코끼리가 살아 숨 쉬는 나라이다.하바라나의 시골길을 달리는 차량의 전조등이 어둠을 가르며 가고 있던 그 순간 운전자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다.
차량불빛의 끝자락에 서서히 드러나는 거대한 그림자들, 처음엔 나무인가 싶던 실루엣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야생 코끼리 가족. 무겁고도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채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어미 코끼리를 중심으로 아기 코끼리들이 그 곁에 바짝 붙어 따라가고, 그 주변을 수컷들과 어른 코끼리들이 느릿하게 마치 하나의 단단한 공동체처럼 에워싸듯 걷고 있다.

불빛은 그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세상의 주인처럼 태연하게 움직인다. 차들은 하나같이 멈추고, 운전자들과 여행자들은 숨을 죽인 채 그 장엄한 광경을 지켜본다. 어둠속에서 건너가는 그 무리는 말이 필요 없는 야생의 위엄을 보여준다. 전조등에 비친 그 장면은 눈앞의 현실이라기보다 한편의 다큐멘터리, 전설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코끼리 사파리투어를 할 때 가이드는 운이 좋아야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다국적 여행자들과 함께 사륜구동 오픈 지프에 올라 매의 눈으로 이곳저곳을 훑으며 숲속을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코끼리 가족들은 산책을 나왔는지 구경하는 여행자들은 안중에도 없이 아기코끼리를 챙기면서 어슬렁어슬렁 풀을 뜯는다.

이때부터 숲 곳곳에서 많은 코끼리들을 만났다. 평생 봐야 할 코끼리를 모두 한 번에 본 하루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여기도! 저기도! 앞에도! 뒤에도! 온 세상이 코끼리 천지다. 이 장면들은 정녕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림, 그냥 꿈을 꾸는 기분이다.이곳의 도로는 코끼리가 자주 건널 수 있어 과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한 위험이 있다. 코끼리와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코끼리표지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 천혜의 자연속에서 함께하는 사람들
하바라나는 야생동물의 핫스팟일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동물 보물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진 놀라운 자연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최고의 여행지다. 하바라나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천혜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울창한 야자수 숲,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 붉게 물든 석양 아래 펼쳐진 마을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눈빛은 따뜻하고 맑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그들은 손짓과 미소로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곳 마을투어는 스리랑카의 진정한 시골생활에 흠뻑 빠지게 되는 흥미로운 경험이다. 전통적인 마을을 찾아 소달구지를 타고 여행하고, 인근 호수에서 보트 타기를 즐긴다.
특히 현지 가정에서 숙식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행은 머물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 듯한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그들은 여행자를 집으로 따뜻하게 초대하고 자신의 텃밭에서 가꾼 채소로 만든 전통 스리랑카 요리를 함께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투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식탁 위엔 코코넛 밀크로 끓인 카레와 갓 지은 밥, 바나나 잎에 싸온 달콤한 디저트가 놓이고, 그 옆엔 환하게 웃으며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다.

식사시간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는 시간이다.하바라나의 황혼이 깃든 호숫가, 고요한 물결 위로 노을빛이 붉게 번져가며 하루가 저물어갈 때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여행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호숫가에 앉았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기타를 꺼내 들고, 손뼉을 치며 리듬을 맞추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였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말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가 되어, 목소리는 물 위로 퍼져나가고, 공기는 음악과 웃음으로 가득 찬다. 설렘, 자유, 그리고 낯선 친밀감이 노래로 하나가 된다.
이곳 트리하우스에 머무는 것은 대자연과의 극적인 재회의 시작이다. 논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집에서 하룻밤을 묶기로 했다. 들판의 새 지저귐에 둘러싸여 야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근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린다. 하바라나의 논 밭 한가운데서의 밤은 그 어떤 화려한 여행보다 더 깊이, 마치 꿈같은 한 장면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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