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액 1조4천억…실화자 배상 책임 얼마될까?

입력 2025-04-29 16:26:03 수정 2025-04-29 21:06:40

경북 북동부에 최악 피해 2명 구속영장은 기각…민사상 손배소 남아있어
복구까지 천문학적 비용, 개인 부담 사실상 불가능…성금·국비로 집행될 듯

지난 24일 경북 의성군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에서
지난 24일 경북 의성군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에서 '경북 북동부권 산불'을 유발한 피의자 신분인 50대 성묘객(왼쪽)과 60대 과수원 임차인(오른쪽)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경북 북동부권 산불을 유발한 실화자 2명이 져야 할 민형사상 처벌과 손해배상에 대해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법원이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형사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에 따라 실화자들을 상대로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형사처벌은 산림보호법(53조)에 따라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라도 산불 원인 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감안하면 벌금형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민법(750조)에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인명 피해와 1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액, 천문학적 복구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개인 차원의 손해배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배상 범위에는 산림과 농지, 주택, 상가 등 재산상 피해를 비롯해 인명 및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등도 해당된다. 또 산림·소방이 투입한 인력·장비 운용 비용 등도 실화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를 경우 의성군 안평면 산불 실화자인 A(50대) 씨와 안계면 산불 실화자 B(60대) 씨는 막대한 비용을 배상액으로 물어야 한다. 안평면 산불의 경우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24분쯤 괴산리 야산에서 일어나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지로 번졌다. 이로 인해 26명(헬기 조종사 제외)이 숨졌으며 주택 3천500여 채가 전소됐다. 또 10만㏊ 육박하는 산림이 소실되는 등 추산 복구액만 2조7천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화자에게 복구 비용을 청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신주 불꽃이 튀어 대형화재로 이어진 2019년 강원 고성·속초 산불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한국전력공사에 3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심을 마친 현재 기준 27억원의 배상 책임만 인정받은 상태다.

또 실화자들이 법원 판결 이후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채 회생·파산신청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실제 피해복구 비용·보상 등은 재난지원금·성금·국비 등으로 부담하게 된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산불은 강풍에 의해서 확대됐다. '바람이 안 부는 경우를 상정했을 때 피해면적을 산출하고, 그 면적을 복구하는 데 얼마 정도가 든다'고 가정하면 이 부분에 대해선 구상권 청구가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또 "이번 산불을 계기로, 앞으로 실화로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엔 내·외부적 요인에 관계없이 일정 이상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액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법원이 A·B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보완 수사 등을 거쳐 조만간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과 별개로 CCTV와 이동 동선 등을 통해 이들의 실화 행위에 대해서 구체적 혐의가 입증됐다. 5월 초쯤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북 북동부권 대형 산불로 마을 주택 대부분이 불에 타 폐허가 된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북동부권 대형 산불로 마을 주택 대부분이 불에 타 폐허가 된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