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혈맹관계' 진화…"러, 필요시 北에 군사지원 가능"

입력 2025-04-28 18:19:06 수정 2025-04-28 19:18:56

우크라 전쟁에 북한군 러 파병도 공식 확인
한반도 전쟁시, 러시아 개입 가능성 높아져
한-미 정부 "범죄행위 자인" 강력 규탄 성명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략적 새 파트너십 동맹 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략적 새 파트너십 동맹 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동맹관계에서 혈맹관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군의 파병 도움으로 접경지 쿠르스크 영토를 완전히 회복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동맹관계를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여기에 러시아는 필요시 북한에 군사원조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에 모스크바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 북-러 혈맹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북한군 파병 감사 뜻 밝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북한군 파병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북한군 부대는 우리 영토를 침공한 우크라이나 신나치 부대를 격퇴한 전투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를 높이 평가하며 개인적으로는 (북한) 국무위원장인 김정은 동지에게, 그리고 전체 지도부 및 북한 인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전장에서 단련된 양국 간 우정과 선린관계, 협력의 강고한 유대가 계속 성장하고 전반에 걸쳐 확대돼 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에서 벌어진 전투에 북한군이 가담한 건 국제법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파병에 대해 "2024년 6월 19일 러시아 연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조약의 4조는 각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군사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전쟁시, 러 개입 가능성 높아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여를 공개하면서 러시아는 북한과 혈맹 구축의 의미를 대놓고 부각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에는 중국과 혈맹관계였다면 21세기에 들어서는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러 혈맹이 구축되면, 한반도 전쟁 시에도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여는 김 위원장이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이 행사에는 러시아의 주요 우방국 정상들이 참석하기 때문. 다만,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경험이 없고 장거리 이동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 등이 변수다.

김 위원장의 방러와 관계없이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 발표로 전승절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쿠르스크 해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마지막 수복 마을에 러시아 국기가 게양되는 모습을 공개하며 자축하고 있다.

◆한·미의 강력 규탄 "범죄행위 자인"

한국과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북한군 공식 파병 인정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한국 정부는 27일 성명을 통해 "범죄행위를 자인한 것"으로 반발했으며, 미국 국무부도 "북한군 파병과 러시아의 대가성 대북 지원이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직접적인 전쟁 개입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 같은 제3국이 전쟁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 26일 북한군 파병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며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 해방 작전에 참전했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서면 입장문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