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부터 난민·노숙자까지…교황 '마지막 길' 40만명 배웅

입력 2025-04-27 16:05:09 수정 2025-04-27 19:22:55

소박한 목관에 안치돼 교황청 밖 대성전에 안장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교황의 관이 광장 야외 제단으로 운구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교황의 관이 광장 야외 제단으로 운구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길은 그가 평생 걸어온 것처럼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모습이었다.

장례 미사가 열린 지난 26일 새벽부터 성 베드로 광장과 인근 콘칠리아치오네 거리 등지는 애도의 마음을 전하려는 추모객들이 몰렸다.

이날 장례 미사는 교황이 잠든 목관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광장의 야외 제단으로 운구하며 시작됐다. 미사를 주례한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그는 끊임없이 평화를 호소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말했다.

장례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로마 시내를 가로질러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으로 출발했다.

교황의 관은 기존에 장례 미사를 마친 뒤 사이프러스와 아연·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

또한 교황은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장지로 택했다.

운구 행렬은 성 베드로 대성전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까지 약 6km 거리를 사람 걸음 속도로 천천히 이동해,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는 수감자와 노숙자 등이 교황을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전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됐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졌다.

교황청과 이탈리아 정부는 장례 미사에만 25만명, 운구 행렬에는 15만명 등 최소 40만명이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비롯해 세계 60여 국 정상과 왕족, 국가 원수, 130여 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정순택 대주교 등도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교황의 생전 요청으로 이탈리아 난민 구호 단체인 지중해 구조단과 리비아 난민 대표단 등도 장례 미사에 자리했다.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이 이어지며,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