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필승조라 해도 손색 없다' 삼성 라이온즈의 새내기 배찬승

입력 2025-04-24 13:44:35 수정 2025-04-24 13:52:38

대구고 출신 배찬승, 삼성 불펜의 활력소
강속구에 팬들 환호, 선수단도 신뢰 보내

삼성 라이온즈의 특급 신인 배찬승.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특급 신인 배찬승. 삼성 제공

#프로야구가 열리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경기 후반, 팽팽한 승부에서 삼성이 불펜을 가동한다. 19살 소년이 등판한다. 홈 팬들이 술렁인다. 여드름 자국이 남아 있을 정도로 앳된 얼굴. 하지만 구위는 진국이다. 연신 강속구를 뿌려댈 때마다 환호성이 더 커진다.

'특급 신인' 배찬승이 삼성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불펜에 도움이 될 거라 예상들을 하긴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경험이 좀 더 쌓이면 불펜 필승조 역할을 맡겨도 충분할 거라는 게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23일 삼성은 안방에서 KIA 타이거즈를 7대2로 완파했다.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챔피언에 오른 팀. 점수로만 보면 삼성이 여유 있게 이긴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론 쉽지 않은 승부였다. 특히 경기 후반 대량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의 투구 모습.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의 투구 모습. 삼성 제공

삼성이 6대1로 앞선 6회초. 선발 최원태가 흔들렸다.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린 뒤 패트릭 위즈덤에게 적시타를 내줘 1실점했다. 위기는 이어졌다. 1사 2, 3루 상황에서 투구 수가 많았던 최원태가 마운드를 내려왔다.

추가 실점하면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상황. 삼성의 선택은 배찬승이었다. 배찬승은 거침없었다. 첫 타자 오선우에게 시속 153㎞짜리 속구를 뿌렸다. 관중석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이어 2구 연속 슬라이더로 3구 삼진을 잡아냈다.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다음 타자는 장타력을 갖춘 변우혁.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연속으로 슬라이더를 주문했다. 스트라이크를 2개 잡았다. 배찬승의 세 번째 공은 시속 150㎞짜리 속구.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꽂히는 강속구에 타자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또 한 번의 3구 삼진.

삼성 라이온즈의 배찬승이 23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6회초 위기를 잘 막은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선배들이 반겨주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배찬승이 23일 대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6회초 위기를 잘 막은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선배들이 반겨주고 있다. 삼성 제공

고졸 신인이 공 6개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그것도 연속 3구 삼진. 관중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삼성 덕아웃도 마찬가지. 마운드에서 포효한 배찬승이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선배들이 반겼다. 선발 최원태는 막내 배찬승을 품에 안았다. 분위기를 제대로 탄 삼성은 KIA를 뿌리치고 승리를 챙겼다.

주변에서 칭찬이 쏟아졌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주자 2명이 있는 상황에서 배찬승이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면서 분위기가 확 살았다. 멋진 활약이었다"고 했다. 승리투수가 된 최원태도 "찬승이가 큰 역할을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선수단뿐 아니라 팬들도 배찬승을 눈여겨본다. 리그에서 귀한 왼손 강속구 투수여서다. 삼성도 구위가 좋은 왼손 투수가 절실하던 참. 게다가 대구 출신이다. 대구고 에이스로 활약하다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고향팀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의 투구 모습.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의 투구 모습. 삼성 제공

배찬승이 등장하면 팬들이 환호한다. 그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열광한다. 'K팝 스타' 못지않다. 흔들릴 때도 팬들은 나무라지 않는다.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지만 아직 배울 게 많은 10대다. 배찬승도 그걸 잘 안다. 선배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이유다.

23일 경기 후 배찬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막아내자는 마음이 컸다. 원태 형의 승계 주자를 홈에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다"며 "(위기를 넘긴 뒤) 원태 형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안아줬다. 후배들을 잘 챙겨주신다. 좋은 형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