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세에 최연소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던 박지원씨가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에서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 진학한 근황을 전했다.
지난 15일 서울대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샤'에 '20세 사법고시 합격자가 김앤장을 그만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의 주인공인 박씨는 서울대 경영학부 2학년 학생이었던 2012년 2월 제54회 사법시험에서 만 20세의 나이로 합격, '역대 최연소 합격자'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벌률사무소에 입사해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고, 8년여 만에 진로를 바꿔 통번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일단 경영대에 가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경영대에 입학했다"며 "당시 사시가 끝물이어서 2학년 때부터 시험을 준비해 3학년 때 합격하고, 1년 유예한 뒤 연수원에 갔다가 김앤장 로펌에서 8년간 일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고시 공부라는 게 되게 큰 결심이지 않느냐"며 "준비를 시작한 이상 점점 더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붙어서 괴로운 고시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이어 "사시 폐지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며 "예전처럼 길게 준비하다가 시험이 없어지면 큰일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연수원을 마친 뒤 진로를 정하는 시기가 왔는데 검찰은 생각이 없었고, 로펌에 가야 경제적으로 수익도 많고 멋있어 보이기도 해서 큰 고민 없이 김앤장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펌에서는 늦게까지 일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갔다"며 "금요일 저녁에 연락 와서 주말 중에 해달라는 경우도 잦았는데 제 성격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 몇 년 그렇게 시달렸더니 정신 건강도 안 좋아져서 중간에 쉰 적도 있었다"며 "장기적으로는 로펌에 있는 동안 배운 것도 많고 결혼도 하고 애도 둘 낳았다. 8년간 일하고 퇴사할 때는 오히려 애사심이 높은 상태로 아쉽게 나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김앤장을 나오게 된 계기에 대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국 내가 평생 이 일을 하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다. 평생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마인드로 앞으로 30년, 40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항상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변호사 일을 하며 만난 통역사를 보고 새로운 꿈을 꿨다고 했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언어를 좋아해 언어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었는데, 언어를 잘한다고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선 고민해볼 계기조차 없었다"며 "그런데 함께 일한 통역사를 보면서 '내가 저 길을 갔으면 저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즐겁게 잘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고민이 깊어진 박씨에게 기회가 함께 찾아왔다. 박씨는 "제가 2022년에 둘째를 출산했다. 로펌에서 7~8년 일하면 유학이나 연수를 보내주는데 저는 아기가 어려 국내 연수를 택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연수 제도에 영어학원 지원 등도 포함됐는데 우연히 집 근처에 서울 내 4곳뿐인 통번역대학원 입시 학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명같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2022년 둘째 출산 후 집에 오자마자 우연히 서울에 4개밖에 없는 통번역대학원 입시 학원이 집 근처에 있는 걸 발견하며 운명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박 씨는 "강의를 하루에 3개씩 들으면서 열정이 불타올랐다. 너무 열심히 거의 고시 공부 때처럼 공부했던 것 같고 운 좋게 합격했다. 너무 좋아서 울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앤장을 퇴사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돈 많이 받는 좋은 직장 다니고 있는데 내가 통번역대학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현타가 많이 오더라"며 "결국 결론은 먼 미래에 이걸 안 해봤던 나 자신이 후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해보고 정 안 되면 돌아오면 되지, 솔직히 인생에서 2년 별거 아닌데 왜 못 해봤을까 싶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눈 딱 감고 질렀고 지금은 정말 후회 안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씨는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을 향해 "즐겁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다. 몇 년 동안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시간을 보냈는데도 잘 모르겠다면 남들 가는 길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걸 만났을 때 뭔가 과감하게 갖고 있던 걸 던지고 해볼 수 있는 용기만 가지고 있으면 궁극적으로는 졸업하고 내 인생, 직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20, 30년 뒤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언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