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구미] <20> 박정희가 힙한 도시

입력 2025-04-17 14:30:00 수정 2025-04-17 19:36:09

세계 접수한 대한민국 승부 근성 '중단 없는 전진'
박정희 불굴의 도전 정신 '하면 된다'

박정희생가에 전시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
박정희생가에 전시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

'중단하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기적은 대가없이 오지 않는다. 긴 안목으로 大局을 내다보자하면 된다.' 조국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민족중흥의 역사적 과업. 이런 대중구호들이 종종 눈에 들어오는 구미.

◆박정희 노스탤지어가 묻어나는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내건 슬로건과 구호는 경제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K-브랜드' 세계화와 더불어 이미 완성됐다.

구미는 박 전 대통령의 체취와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도시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설계하다시피 한 구미산업단지에서부터 100억불 수출탑, 산업화를 이끈 기술인재의 산실 금오공고와 금오공대, 수출탑로터리에 우뚝 솟아있는 100억불 수출탑,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 나선 많은 이들을 맞이하는 상모동 박정희생가와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새마을운동테마공원 등 박정희를 만날 수 있는 '박정희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수많은 기념물이 구미 전역에 산재해 있다.

구미 샛강생태공원 벚꽃
구미 샛강생태공원 벚꽃

구미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산업화의 역사다. 섬유·전자산업 메카에서 반도체,방산,로봇산업 등으로의 산업생태계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그 중심에 박정희가 있다. 이제 구미는 박정희를 넘어 글로벌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오는 5월 말 구미에선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국내전자산업 메카 구미는 세계로 수출하는 K-방산 전초기지로 탈바꿈하는데도 성공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운 불굴의 도전 정신인 '하면 된다'와 '중단 없는 전진'은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승부근성이자 도전정신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길재가 중국 고대의 백이·숙제처럼 금오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고 살았다 하여 이를 기려 세운 채미정.
길재가 중국 고대의 백이·숙제처럼 금오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고 살았다 하여 이를 기려 세운 채미정.

구미가 대한민국의 뿌리라고 자부하는 것은 박정희라는 한 영웅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신문화의 양대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신라불교'와 '조선성리학'이 구미·선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구미를 새롭게 봐야 할 이유에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이다.

<택리지>의 '조선인재의 반이 영남에서 나고 영남인재의 반이 선산에서 난다'는 이중환의 단언은 삼성그룹의 '인재제일주의'로 이어졌다. 그래서 구미를 단순히 박정희 시대 산업화의 성과이자 유산이라고만 여기는 인식은 오류다.

고려말 충신 야은 길재(吉再)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의를 내세워 고향 선산에 내려와 지냈지만 오히려 조선사회를 이끈 인재 '사대부'들을 대거 양성한 조선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도화상은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파하고 도리사를 지어 오얏꽃 향기를 천년을 이어오고 있다.

2025낭만야시장포스터
2025낭만야시장포스터

◆구미의 변화 그리고 자부심

낙동강변 허허벌판에 산업단지를 세운 뒤에야 구미가 한국경제를 이끈 산업도시가 된 것이 아니라 면면히 이어져 오는 역사와 자랑스러운 문화가 있었기에 구미에 산업단지를 조성, 근대화와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정희 노스탤지어는 패배적이고 부정적이지 않다. 중국 창사(長沙)와 샤오산(韶山)이 마오쩌둥 주석을 전면에 내세우고, 목포·광주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랑하듯이 구미는 박정희도시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자랑스러워한다.박정희라는 우리 시대의 무형자산은 좌우의 이념이 아니라 역사가 평가할 대상이다.

구미가 '재미없고 칙칙한 산업도시'라는 선입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금까마귀가 노니는 금오산(金烏山)에서부터 봄이면 벚꽃길이 열리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철새들이 날아드는 자연의 보고인 '지산샛강생태공원'도 있고 에코랜드, 금오랜드, 낙동강이라는 천혜의 자연이 늘 함께 하는 자연친화도시가 구미다.

국내 최고의 푸드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구미라면축제>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보고 새마을중앙시장에서 열리는 <낭만야시장>에서 북적거리는 시골장터의 진짜 맛을 보는 건 어떨까? 낭만야시장은 오는 25일부터 (매주 금,토) 5월까지 8회에 걸쳐 새마을중앙시장과 인동시장(5월23일부터 4회)에서 열린다.

그래서 구미는 훨씬 힙(Hip)하고 핫(Hot)해졌다. 첨단산업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오래된 문화적 전통과 일상의 기쁨과 힐링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구미다. 구미에 간다면 '그곳에 한 번 살고 싶어지는' 그런 도시다.

김장호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미니인터뷰

-구미시장으로서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소회는?

▶"어느덧 민선 8기 반환점을 넘어섰다. 침체된 지역분위기를 반전시키기위해 '새희망 구미시대'와 '구미재창조'를 내세우면서 쉼없이 달려왔다. 출발점은 공직사회의 변화와 혁신이었다. 지방의 경쟁력은 공직자의 역량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었다. '굿모닝 수요특강' 132회와 공무원해외연수 및 실국내 장기근무인사원칙으로 공직내부 전문성과 적극행정문화를 정착시켰다.

하면 된다는 박정희의 도전정신과 혁신마인드가 공직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내부 변화가 외부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694개 기업, 9조원대의 투자를 이끌어내 6,217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등의 대형국책사업과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까지 유치했다. 산업만 있는 '잿빛도시' 구미를 라면축제 '낭만도시'로 탈바꿈시켰다는 자부심도 있다."

-구미는 박정희와 산업화의 상징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구미는 박정희와 산업화라는 브랜드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중심에 우뚝 선 상징적 공간이자 정체성이 자랑스러운 도시다.

1969년 국가1호 공업단지로 지정된 후 5개 국가산단을 보유한 내륙최대산업단지로서 섬유·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를 견인하다가 지금은 반도체·방산·로봇 등 산업생태계 재편을 통해 첨단산업의 핵심거점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 2024년 283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이어 <문화산단> 프로젝트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구미산업화역사관) 건립을 통해 산업단지의 역사와 정체성을 한눈에 조망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구미가 산업화의 상징을 넘어 국가발전의 정체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박정희 기념사업을 확대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5월말 열리는 아시아육상경기대회 준비상황은?

"기초지자체 최초이자 국내에서 20년 만에 개최되는 구미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5.27~31까지 5일간 열린다. 아시아 45개국 1,200여명 선수단과 임원이 구미를 찾을 예정이다. 명품도시 구미를 마케팅하는 계기로 삼고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