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나체 사진 보내"…취준생 성착취한 서울교통공사 직원

입력 2025-04-13 09:21:04

취업준비생들의 멘토로 유명한 서울교통공사 30대 직원이 한 취준생 남성에게 보낸 메시지. JTBC
취업준비생들의 멘토로 유명한 서울교통공사 30대 직원이 한 취준생 남성에게 보낸 메시지. JTBC '사건반장

취준생들 사이에서 기출 문제 등을 공유하는 등 멘토로 활동한 서울교통공사 소속 30대 직원이 준비생들을 성 착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11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서울교통공사에서 현직 철도 기관사로 일하는 취준생들의 멘토 백 모 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30대 초반 취준생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백 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철도 기관사 현직자라고 소개하며 사진과 이름, 나이, 희망 기업, 사는 지역 등 신원 양식을 받아냈다. 취업 준비 중이던 A씨 역시 증명사진, 수험표, 주소 등을 백 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페이스톡으로 연락이 오는데 오자마자 하는 얘기가 '지금 몇 살이죠?' 그러면서 자존심을 건드렸다. 갑자기 '약하게 해 드릴까요? 세게 해 드릴까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세게 해 달라고 하자 당장 핸드폰 들고 욕실로 가라더라"고 말했다.

돌연 백 씨는 A씨에게 속옷만 남기고 옷을 다 벗고 찬물로 샤워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당황스러웠지만 간절한 마음에 지시를 따랐다.

샤워 이후에는 여러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했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거나 엎드려뻗쳐 자세를 시키기도 했다.

백 씨는 이를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기괴한 상담을 마치고 나서 A씨는 충격을 받고 1400명 정도가 참여한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

피해를 당한 취준생은 더 있었다. 일부 취준생에게는 아예 속옷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고, 무릎을 꿇고 나체로 찍은 사진을 보내라고 강요했다.

백 씨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고 얼굴이 나온 무릎 꿇은 사진을 요구했다. 집으로 초대받은 취준생에게는 문제를 내고 못 맞추면 옷을 하나씩 벗겼다. 옷을 벗긴 상태에서 목을 조르거나 꼬집었다. 쇠 파이프로 맞은 이도 있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훈 변호사는 "피해자가 많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나.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보인다. 취준생이었지만 현재는 현업에 있는 분도 있다. 내부 고발자로 엮이고 싶지 않아 나서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한 달간 이 같은 일을 겪으며 합격한 아카데미 등록을 취소하는 등 철도 관련 일을 해보고 싶은 꿈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백 씨는 이 일로 직위 해제된 상태다. 그는 취재진의 연락에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다. 다만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 녹취에서 백 씨는 "속옷만 입고 샤워를 하라는 건 내가 요구한 게 아니다. 본인이 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는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