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꽃가마론' 급부상…본경선 바로 올리는 방안까지 거론

입력 2025-04-09 17:18:45 수정 2025-04-09 20:27:47

"당내 유력 후보 누가 나가도 승산 높지 않아" 고민에서 출발
20대 대선 당시 황교안 대행 고려, 특례조항 만들었던 전례도
상임고문단 만난 與 지도부 "韓 경선 참여 지지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출마 의사 없는데 당내 후보 경쟁력·주목도만 훼손 우려·불만도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달 3일 후보자 선출을 목표로 출발하는 국민의힘 21대 대선 후보 경선 열차에 '한덕수 변수'가 나타났다. 판을 흔들 수 있는 인물이기에 본경선에 바로 올리는 '꽃가마'까지 거론되지만, 당사자가 출마 의중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당내 반발 역시 함께 감지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차출론에는 현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 보수 진영 대선 주자들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양자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모두 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가장 매력적인 외부 영입 카드라는 것.

한 대행의 전문 분야인 경제, 외교통상 환경이 엄중한 점, 진보·보수 성향 2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풍부한 경험으로 안정적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각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에 일관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야권의 '내란' 프레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윤계로 구분되는 한 여당 의원은 "많은 의원이 지금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들 중 누가 나서더라도 승산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당의 고민이 거기에 있고, 대안으로 한 대행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촉박한 시간 때문에 한 대행을 국민의힘 본 경선에 바로 올리는 방안 역시 언급되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려면 당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15일까지 총리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영입론이 부상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여당은 지도부 합의를 통해 특정 인사가 본경선에 바로 합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규정을 만들었다가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를 폐지하기도 했다.

9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의도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대선 경선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며 한 대행에 대한 여론도 확인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이번 경선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등 여러 종류의 말씀이 있었는데 필요하다는 의견이 좀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기대만큼 우려나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확고하지 않은 보수 정체성, 긴 관료 경력이 도리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비상계엄과 별개로 윤석열 정부 내내 총리로 재임, '정권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담도 상존한다.

다른 대권 주자 캠프에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대행 스스로 출마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여당 일각이 일방적으로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른 후보들의 경쟁력이나 주목도만 훼손할 수 있다는 것.

여당 한 핵심 당직자는 "한 대행이 올곧은 이미지를 갖췄으나 보수정당 후보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면서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는 과정 없이는 우리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선거 컨설팅 전문가 이주엽 엘앤피파트너스 대표는 "정치인으로의 변신 과정에서 정통 관료 출신의 한계를 노출할 수 있고, 대선을 관리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선수로 나와 뛰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게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