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의 모든 것

입력 2025-04-09 06:30:00

"과일, 채소만 먹으면 입이 이상해요"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과를 먹고 입이 가려워서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사과를 안 먹어요."

30대 여성 A씨는 과일을 잘 먹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사과와 같은 몇몇 과일을 먹고 난 뒤 입이 가렵거나 따끔거리는 등 소위 말하는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서였다. 그래서 과일은 물론이고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도 잘 먹지 않는다.

A씨처럼 특정 과일이나 채소를 먹고 입술, 혀, 목 안이 가렵거나 붓는 경우가 있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Oral Allergy Syndrome, OAS)라 불리는 이러한 증상은 생각보다 흔한 알레르기 질환이다.

◆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란?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은 특정 생과일이나 채소 섭취 후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을 말한다. 나무나 잡초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며 특정 꽃가루와 유사한 단백질을 가진 과일이나 채소에 몸이 반응하면서 앓게 된다. 봄, 가을과 같이 꽃가루 농도가 높은 계절에는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증상은 대개 입술, 혀, 목 안에 가려움, 따끔거림, 붓기, 이물감 등을 느끼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드물게는 두드러기, 복통, 설사 등의 전신 증상으로 발전하며, 간혹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 쇼크까지 유발할 수 있다.

◆ 어떤 물질이 날 괴롭히는지 확인해야

정창규 계명대동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은 특정 과일이나 채소에 함유된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러한 단백질은 특정 꽃가루의 알레르겐(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과 구조적으로 유사해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면역 시스템이 이를 인식하고 반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 물질에 반응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의 치료는 대개 환자의 병력과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특정 꽃가루, 과일, 채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 진단과 치료가 진행된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환자는 보통 자작나무, 돼지풀, 잔디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다. 꽃가루에 포함된 알레르겐 때문인데, 이 알레르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 포함된 과일이나 채소 등을 먹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작나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과, 복숭아, 체리, 키위, 당근 등을 먹었을 때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자작나무의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 중 하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자작나무의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 중 하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먼저 피하고 봐야 하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유발하는 단백질은 열, 산성, 소화효소에 약해서 먹은 음식이 소회되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변화, 알레르기 성질을 대부분 잃는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음식을 함부로 날 것으로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증상을 유발하는 과일이나 채소는 일단 피해야 한다. 익혀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그 성질을 잃었더라도 민감한 환자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소는 익힌 것 위주로 섭취하고, 과일도 통조림 형태로 섭취하거나 껍질을 제거한 뒤 먹는 것을 권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치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피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만약 증상이 발생할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봄, 가을철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게 확실하게 진단된 경우라면 주사 면역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원인 항원을 환자에게 차츰 농도를 높여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2~4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게 되며 3~5년 정도의 긴 기간을 필요로 한다.

정창규 교수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은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지만,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며 "만약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