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개헌은 내 것 내어놓는 것…TK, 대한민국 지키는 방어선"

입력 2025-04-07 18:28:32

개헌 미온적인 李 비판, "시대 맞지 않는 헌법, 이제는 조정해야"
"낙동강 전선 지킨 TK, 자부심 가져야"
"TK신공항·2025 APEC 성공 개최, 시도협 적극 지원"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이 7일 회장 집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협의회 제공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이 7일 회장 집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협의회 제공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은 7일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한 개헌 논의와 관련해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고 진정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을 시기상조라 여기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계엄 요건 강화 등 일부만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해 "그것은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고 어떤 정치인, 자기에게만 유리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7개 광역단체장을 대표하는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서 그간 지방분권, 권력구조 개편 등에 방점을 둔 개헌 목소리를 내온 유 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미온적 입장을 향해 일침을 놓은 셈이다.

유 회장은 '개헌의 진정성이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어느 한쪽이 유리한 게 아니라 내 것을 내어놓을 때 진정성이 있다"며 "이 대표에게 진정성이 있다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담긴 헌법 84조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향후 정치권 논의에서 지방분권 개헌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 회장은 "실질적인 지방자치,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양원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내용을 담은 개헌안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체적으로 '87년 체제'는 낡은 헌법이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 제왕적 국회 권한이 오늘의 사태를 낳았다"면서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헌법을 이제는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유 회장은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역, 계층, 세대별로 나뉘어 있지만 정치권이 이념으로 이들이 더 분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것을 깨야 한다. 분열되고 찢겨져 있는 국민을 통합하는 데 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유 회장은 최근 '대한민국 대통합, 찢는 정치꾼, 잇는 유정복'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만큼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데 진심이라는 얘기다. 그는 그간 정치 여정의 소신과 관련해 "오랜 공직자 생활을 했고 현장에 오래 있었다. 공직을 사유화한 적이 없고 공적 지위에서 사적 이익을 취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7일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이 자신의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협의회 제공
7일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이 자신의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협의회 제공

인천 출신으로 김포시장·군수, 3선 국회의원, 이명박 정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박근혜 정부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거친 유 회장은 민선 6기 인천시장에 이어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박근혜 당 대표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 경선후보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도 깊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나기도 했다는 유 회장은 "당시 탄핵과 지금 탄핵과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의 탄핵은 실체가 없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대구경북(TK) 지역민의 허망한 마음을 헤아렸다.

그는 "낙동강 전선을 사수해 대한민국을 지켰고 자유민주주의의 헌법 가치를 지켜온 게 TK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 TK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어전선이었다. 거기에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것은 소중한 역사적 진실이다. 영남 지역에서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어전선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피고, 이를 극복해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지역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더 큰 미래를 꿈꾸는 유 회장은 6월 3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에서 출마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9일쯤 나라를 구한 상징적인 장소인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도 고려 중이다.

그는 "옳은 지도자를 세워 실망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좀 정의로운 사회가 돼야 한다"며 "거짓 선동과 위선으로 나라를 망쳐놓고 일하지 않고 잘 되길 바라는 세상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초대형 산불 극복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등 TK 현안에 대한 시도지사협 차원의 지원도 강조했다.

그는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학교나 다름없고 이를 위해서는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며 "각 지역이 갖고 있는 여건을 극화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인프라로 신공항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모아 통합신공항의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했다.

'TK신공항과 인천공항과의 경쟁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TK신공항이든, 부산 가덕도신공항이든 이게 인천공항 활성화, 균형 발전에 문제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경주와 경쟁했다 고배를 마셨던 유 회장은 "최종 결정이 됐으면 성공하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인천에서 각료 회의도 한다. 연계해 성공되도록 전폭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산불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이재민들께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