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밀수'는 해양 범죄극이기도 하다. 생태계 오염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해녀들이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일확천금의 기회가 오고 판이 커지자 사람들은 이해타산으로 서로 속이고 속는 요지경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물길을 아는 자가 돈의 주인이 되는 것인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게 탈이다. 인심난측(人心難測)이다. 그 수중(水中) 활극을 장식하는 삽입곡이 1970년대 가요인 최헌의 '앵두'이다.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사랑한단 그 말 너무 정다워, 영원히 잊지를 못해, 철없이 믿어 버린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앵두는 6월 전후에 붉게 익으며 떨어지는 과일이다. '단순호치'(丹脣皓齒)라는 말이 있다.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가 미인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앵순(櫻脣) 즉 앵두빛 입술은 관능적 매력을 지닌다. 앵두처럼 붉은 입술은 미혹의 상징이다. 배신과 사기의 함의(含意)를 머금고 있다. 선연한 색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 입술에서 나오는 말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말 '앵두장수'의 뜻은 '앵두를 파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어디론지 자취를 감춘 사람'을 이른다. 영화 '밀수' 포스터에 김혜수의 붉은색 판탈롱 바지가 등장하는 이유를 읽어야 한다. 돈과 권력이 걸린 선거판은 영화처럼 온통 앵두빛이다. 그 입술을 경계해야 한다.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시지프(Sisyphe)처럼 그래도 불러야 하는 대중의 노래 '앵두'. 그 처연한 소망은 역설의 미학인가, 장밋빛 희망 고문인가. 대통령의 탄핵 확정으로 다음 선거는 6월 3일 '장미 대선'이 유력하다고 한다. 앵두빛처럼 붉은 장미가 만발하는 계절이다. 장미는 매혹적인 꽃이다. 하지만 흐린 눈으로 만지다간 가시에 찔리기 십상이다.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차라리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가시를 피하려고만 하면 장미꽃을 얻을 수 없다. 어찌하랴. '장미 대선'을 앞둔 고민이다.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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