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장우영] 전당대회냐 분당대회냐

입력 2025-07-30 14:12:42 수정 2025-07-30 17:53:19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의 민주화 성과 중 하나가 양극단의 이념집단을 배제하고 중도의 좌우에 합리적 정치세력을 구축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양당을 기축으로 정당 간 경쟁이 제도화되고 정부, 의회, 사법 시스템이 정상화되었다. 비록 지역주의와 이념 갈등이 극심했으나 정당 간 경쟁 체제 내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문민 통제와 민주적 선거를 통한 권력 형성이 불변의 원칙으로 뿌리내렸다. 이는 민주화 과정에서 급진적 혁명 대신 온건한 타협을 선택한 국민적 합의의 산물이다. 오늘날 후발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흥하는 포퓰리즘과 권위주의로의 퇴행에 비견하면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는 찬연하기 그지없다.

'현대정치의 생명선'이라 불리는 정당은 근대 시민혁명의 결실이다. 정당(政黨)이 과거의 붕당(朋黨)이나 파당(派黨)과 구분되는 것은 정치의 사유화를 배격하고 공공재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정당은 특히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서 정부에 투입하고 정책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전담한다.

그래서 정당은 시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전동벨트로 묘사된다. 모든 시민을 대표하는 집단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복수의 정당은 필수적이다. 평화로운 일당 체제가 더 안정적이라는 항변이 있지만 그것은 반민주적인 획일과 억압의 다른 표현이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갈등하면서도 다양한 정당들로 공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점입가경에 이른 국민의힘의 몰염치한 행태는 정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다. 국힘은 민주화 이래 가장 무능하고 허약한 보수 정당이다. 이 정당은 10년 사이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총선에서 연패하며 개헌 저지선에서 연명하고 있다. 민주주의 훈련이 결핍된 위정자들이 집권하여 국정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권당이 대통령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수직적 당정관계에 빌붙어 부역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내 기득권은 대통령을 숙주 삼아 이견집단을 배신자로 능멸하며 권력의 호사를 누렸다. 이 몰지각의 관성이 보수 정치를 몰락시킨 근본 원인이다. 특히 윤석열의 모험과 실패는 보수 정치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그 결과 국힘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내란 정당의 처지로 퇴락했다.

더욱 위험한 상황은 윤석열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다. 국민의 엄중한 경고가 거듭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언더 찐윤' 같은 반 개혁세력이 장막 뒤에서 당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니 도돌이표 같은 허망한 혁신 놀음에 국민의 염증이 극에 달하지 않을 수 없다. 계엄·탄핵에 대한 명명백백한 사과와 윤석열과의 단절 없이 어떤 혁신도 말 잔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언더 찐윤은 기껏해야 이재명 정부가 실기할 때를 기다리면서 배신자 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다. 한국 정당사에서 인적 청산 없는 정당 혁신은 없었다. 언더 찐윤의 처절한 반성이나 청산 없이 보수 재건도 없다는 뜻이다.

전당대회는 국힘의 탄핵반대 당론을 폐기하고 보수 정치 개혁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승부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혁신 전당대회가 아니라 찬탄·반탄 전당대회로 변질되고 있다. 여러분은 이 공인들의 반헌법적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계엄은 하나님의 뜻, 계엄했다고 탄핵해야 하나,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이냐"(장동혁), "수십만명의 우파 개딸들을 만들겠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 전한길은 부정선거 척결론자"(전한길). 극우적 반개혁세력이 국힘을 지배하게 된다면? 해방 이후 80년 보수 정치 역사는 비통하게 일 막을 내릴 것이다.

국힘은 전당대회를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한 전당대회이어야 하는지 성찰했는가? 그리고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혁신해야 할 것인지 곱씹었는가? 이에 대한 답이 없다면 언더 찐윤의 명줄을 늘여주는 허례허식으로 전당대회가 지나갈 것이다. 20%를 밑도는 지지율은 중도보수가 이탈하고 극보수가 과대대표(over representation)된 국힘의 정치 지형을 암시한다. 여기에 영남 당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당심 80%의 경기 규칙이 작동하면 개혁세력이 당권 투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개혁세력의 굳건한 연대와 심기일전이 절실하다. 그리하여 민심의 호응이 폭발해야 한다. 정당 민주주의 없이 민주정치 또한 없다. 국힘의 개혁 세력이 좌절한다면 전당(全黨)대회는 분당(分黨)대회의 서막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