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산불' 149시간 만에 잡아…이상기후로 발생 건수·면적 급증
경북 북동부 피해면적 4만㏊ 넘어…서울시 면적의 80% 해당
전문가들 "진화 인력의 조직화와 장비 확충, 상시 대응 체계 도입" 강조
역대 최대 피해를 낸 경북 북동부 산불의 주불이 마침내 꺼졌다.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을 초토화시키며 축구장 6만3천245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든 뒤 149시간여 만에 진화된 것이다.
성묘객 실화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역대 최고인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하며 경북 북동부에서만 2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천 채의 집을 태우는 등 경북 북부권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게 했다.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역대 최대, 최악의 피해에 범정부 차원의 복구‧지원 대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대형화하는 산불에 맞서 진화 대응 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지난 28일 오후 5시 "경북 영덕·의성·안동·청송·영양 지역의 모든 주불이 진화됐다"며 "잔불 진화 체계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쯤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후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로 번졌다. 북동부권 5개 시·군 산불영향구역이 4만5천㏊를 넘어섰고, 26명이 희생됐다. '서울시 면적의 80%'를 태운 이번 산불은 2000년 강원 산불(2만3천㏊)을 넘어 역대 최대 피해를 냈다.
이번 산불이 돌발적 재난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대비책 마련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산불은 연중화·대형화하고 있으며 실제로 산불 발생 건수는 1980년대 연평균 238건에서 최근 2020년대(2020~2023년) 580건으로, 피해 면적은 같은 기간 1천112㏊에서 8천369㏊로 급증했다.
당장 산불 대응 체계의 혁신적 개조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후 위기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동절기에 편중된 대응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화 인력의 조직화와 장비 확충, 상시 대응 체계 도입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산불 특수진화대는 400여 명 규모로, 대부분은 고령의 단기 인력으로 구성돼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 헬기 역시 부족하고, 일부는 30년 이상 된 노후 기종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야간 진화 가능한 고중량 드론과 고정익 항공기 도입도 거론된다. 산림청과 지자체, 소방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지휘 체계도 문제로 손꼽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진화 장비를 대형화하고 야간 진화 시스템, 대피 표준 매뉴얼 개선 등 산불 대응 시스템의 대전환을 이끌어 대한민국 산불 대응의 선진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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