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사망자 발생 "안타까워"

초대형 산불이 빠르게 번져 대피 준비조차 할 수 없었던 영양군 주민들은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주민 중에는 필수 약품이나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고 급히 차에 올라 몸만 간신히 피한 이들도 많았다. 피해 주민들은 불이 꺼진 뒤에도 돌아갈 집이 없어 답답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옛 지명 '상논실'로 불리는 이곳은 전날 산불로 집 15채 중 10채가 전소될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화마가 지나간 마을에는 온통 재만 남아 있었다.
이상학 답곡2리 이장은 전날 산불 당시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 보여줬다. 영상 속에는 불붙은 나뭇가지가 강풍에 휘날리며 집에 불이 붙는 긴박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이장은 다급하게 차에 올라 마을을 탈출하면서 연신 '하나님'만 외쳤다.
이 이장은 무너진 집 주변을 망연자실 서성였다. 집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버섯재배시설까지 모두 타버려 머물 곳이 없었다. 아내가 타던 경차는 뼈대만 하얗게 남아 있었다.
그는 "불붙은 나뭇가지 수백 개가 날아와 순식간에 마을 전체가 불바다가 됐다. 살면서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며 "집과 버섯재배 설비 등 피해액이 3억 원이 훨씬 넘을 텐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답곡2리와 가까운 답곡1리(하논실)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집이 절반을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곡1리의 한 벽돌집은 도로와 가까워 비교적 안전한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까맣게 불탔다. 창문은 모두 깨졌고 마당에 놓여 있던 삽과 가래 등 농기구는 쇠 부분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 집의 주인 정분연(64) 씨는 집뿐 아니라 일주일 전에 산 새 농기계마저 불에 타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씨는 "불씨가 날아와 집에 붙었고, 새로 산 농기계까지 모두 타버렸다"며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금이 최대 4천500만원 정도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아직도 잔불이 남아 있어 주민들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불길이 크지 않아 일부 주민은 삽으로 흙을 퍼 날라 잔불을 덮으며 진화했다. 마을 주민들은 연기가 나는 위치를 서로 외치며 힘을 모았다.
6년 전 충청도에서 이곳으로 귀농한 곽진욱(60대) 씨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산 중턱에서 캠핑카를 집 삼아 묘목을 키우며 살던 곽 씨는 산불로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잃었다. 가족 없이 홀로 살던 곽 씨는 급히 몸만 피신해 인근 여관에서 불안한 밤을 보냈다.
곽 씨는 "현장에 가보니 모든 것이 타고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며 "며칠 전 심은 모종 1만 개도 흔적 없이 사라져 막막하다"고 말했다.
하논실에서 27년간 살아온 박성환(54) 씨는 "평생 이런 불은 본 적이 없다"며 "어제 오후 4시쯤 사방이 연기로 가득해 한낮인데도 산 능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동네에서는 연기가 심해 이장을 포함한 주민 3명이 차를 몰고 가다 도랑에 빠져 숨졌다"며 참담해했다.
한편, 재난 속에서도 주민들 사이의 따뜻한 온정이 빛났다. 화재로 급히 대피한 답곡2리 주민 A(67) 씨는 대피 과정에서 타이어가 펑크 났는데 인근 카센터 주인이 무료로 수리를 해줬다. A씨는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던 것 같다"며 "주민들끼리 서로 배려해주는 마음이 고맙다.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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