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만 특별대우? 대학가에 번지는 '반감'

입력 2025-03-26 15:21:20

비 의대생들 "절박한 주장 이해하지만 잘못된 투쟁방식"
의대생들 "설득 노력 적었던 건 인정하지만 과정 너무 힘들어"

챗GPT가 그린 의대생과 타 단과대 학생의 반목.
챗GPT가 그린 의대생과 타 단과대 학생의 반목.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 1년 전부터 수업거부와 동맹휴학 등을 이어온 의대생들을 바라보는 타 단과대학 학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타 학과였으면 이미 제적 대상이 됐을 이들이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특혜를 준다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은 의정갈등 초반에 자신들을 악마화한 사회의 여러 시선에 상처받았고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학내 구성원들의 설득에 소홀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설득 과정에서 많은 벽을 느껴 힘들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26일 만난 대구 지역 한 대학생은 "타과생들은 며칠만 수업에 안 가도 바로 F학점을 받는데 의대생들은 '의료개혁 비판'이라는 우산으로 보호받으면서 이제서야 제적 위기를 맞았다"며 "이건 분명한 '봐주기'이자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의대생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면서 불거진 의대 내 낮은 민주성에 대해서도 타 단과대 학생들의 비판이 거세다.

특히 선배들이 소위 '족보'(의대생들의 학습 자료)를 미끼로 후배들을 통제하는 등 비민주적인 모습이 비춰지자 통제하는 고학년 학생들 뿐만 아니라 소신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저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도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대구권 대학 학보사 편집국장은 "의대생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고학번 선배들이 대응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어 이를 번번히 거절하더라"며 "'단일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예 소통을 통해 의견 개진 기회를 거절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의대생들 또한 대학 내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설득하지 못하는 등 여론전에 미숙했던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심한 악마화에 받은 상처와 계속해서 자신들의 입장과 의료개혁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데 너무 지쳐버렸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한 대구지역 의대 졸업생은 "초반에 여론이 의사와 의대생을 '배 부른 사람'이나 '돈만 밝히는 사람' 등으로 너무 악마화해 상처를 받았고, 설득하려 해도 의료개혁이 품고있는 문제가 너무 다양해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지쳐버린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이 졸업생은 "의대생이 학사 유연화를 요구한 적도 없는데 학사 유연화 정책을 펴 놓고 언론은 '봐 준다'고 말해버리니 의도하지 않게 위화감이 조성됐다는 느낌도 받는다"며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드는데 의료계가 실패한 부분도 있지만 너무 심한 악마화 때문에 오히려 설득하려는 의지가 꺾여버렸다"고 덧붙였다.

의료개혁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에 대한 타 단과대학 학생들의 비판은 의정갈등 초기부터 있어왔다. 이미 '에브리타임'과 같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의대생들을 두고 '천룡인'이라 부르며 이들만 학사 일정에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천룡인'이란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인간 위에 존재하는 특권계층을 말한다.

문제는 의대생들이 비판을 극복하고 직접 타 단과대학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진행하는 투쟁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숨어버린 탓에 오해만 더 키웠다는 점이다.

타 단과대학 학생들 또한 의료개혁의 문제점을 언론 등을 통해 접하긴 하지만 의대생들의 목소리로 직접 문제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계명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대학(경북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은 의대와 본 캠퍼스가 떨어져 있다.

그렇다보니 의대생들은 본 캠퍼스 학생들에게 설득을 위한 행동을 본 캠퍼스에서 하지 않았고, 본 캠퍼스 학생들은 그들 대로 따로 떨어져 있는 의대생들이 왜 저렇게 반발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1년간 지속되면서 의대생과 비(非)의대생 사이의 숨은 반목만 커지고 있다.

한정웅 경북대신문 편집국장은 "의대생들이 산격동 캠퍼스에 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하는 걸 타 단과대 학생들이 본 적 없었듯, 타 단과대 학생들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려 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학 사회 조차도 서로 포용하는 사회가 아니라 반목과 비판만 남은 것 같아 씁쓸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