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확산에 문화유산 사수 비상…천연기념물·전통사찰 위협

입력 2025-03-24 15:39:25 수정 2025-03-24 19:25:04

사촌리 가로숲·고운사 등 산불 근접…유물 옮기고 인력 동원 불길 저지
밤샘 진화 작업 벌이기도…무거운 불상에는 방화포 씌워

24일 오전 경북 의성군 조문국박물관에 경북 유형문화유산 불상조각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이송되고 있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안평면 옥련사에 있던 것이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경북 의성군 조문국박물관에 경북 유형문화유산 불상조각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이송되고 있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안평면 옥련사에 있던 것이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 운람사와 인근 산림이 산불에 폐허가 된 가운데 소방대원이 잔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 운람사와 인근 산림이 산불에 폐허가 된 가운데 소방대원이 잔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흘째를 맞은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산림당국이 문화유산 사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의성군은 지난 23일 오전 안평면 옥련사에 있던 유물 3점을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겼다.

옥련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소속 사찰로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됐다.

이 곳에는 경북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비롯해 유물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대좌, 불화 괘불 등이 있다.

의성군은 유물을 안전하게 옮긴 데 이어 밤새 옥련사 주변을 지키며 산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진화 작업을 벌였다. 불길은 옥련사 가까이 접근했지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24일 오후 불길이 강풍을 타고 점곡면 방면으로 번지면서 천연기념물인 사촌리 가로숲도 비상이 걸렸다. 산불이 발생한 안평면에서 점곡면은 동쪽으로 20㎞ 가량 떨어져 있다.

이 곳은 안동 김씨 김자첨이 안동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후 마을 서쪽의 평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고자 방풍림을 조성하며 형성됐다.

가로숲은 길이 920m, 폭 90m 정도로 수령 300~600년의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팽나무 등 500여그루가 자라고 있다.

가로숲 인근에 위치한 영귀정도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영귀정은 조선 전기 학자였던 김광수가 세운 정자다.

산림당국은 가로숲 앞 미천을 따라 불길이 다가오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확산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점곡면 일대에 있는 경북도 문화유산자료 고택 서계당, 이계당, 소계당 등도 산불 확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천년고찰인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고운사에도 화선이 5.8㎞ 거리까지 다가오면서 고운사 내 비지정 동산 유물인 소규모 불화, 불상, 도서 등이 영주 부석사박물관으로 이송됐다.

고운사에 있는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은 아직 옮기지 않은 상태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교구 본사 조계사 소속 사찰인 비안면 석불사와 통일 신라 신문왕 때 창건된 사곡면 주월사도 방호 요청이 접수된 상태다.

석불사 법당굴에는 경북 유형 문화재 제56호 비안면 자락동 석조여래좌상 등이 있다. 의성군 관계자는 "석조여래좌상은 무게 때문에 이송이 불가능해 방화포를 덮어씌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월사에는 아미타삼존불, 복장 유물, 불화, 도서 등 유물이 있어 안전한 장소로 이동을 대기 중이다.

의성조문국박물관에는 지난 22일 운람사에 있던 아미타삼존과 탄생불, 신중탱화 등 유물 14건, 24점이 옮겨졌다. 운람사는 산불 발생 첫날 화재로 소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