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작전이 전쟁의 물줄기를 바꾼 사례는 숱하다.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접근하니 '완승'이나 '압승'이라는 결괏값을 가져올 수 있다. 일본의 전쟁 승률이 높은 이유를 속칭 '선빵(먼저 일격을 가하는 것)'에서 찾는 것도 일리가 있다. 상대도 예측할 정도라면 고전(苦戰)을 각오해야 한다. 만반의 태세를 갖춰 대항하기에 이긴다 해도 '신승(辛勝)'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
공중 폭격이나 대량 살상 무기 사용 이전에는 지형 극복이 기상천외한 작전의 대명사였다. '설마 저걸 하겠어'를 실행한 전략들이다. 기원전 216년 2차 포에니전쟁에서 한니발의 코끼리 부대는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로 진군했고, 1453년 오스만제국의 콘스탄티노플 공세 때도 비슷한 작전이 쓰였다. 메흐메트 2세가 배를 들고 산을 넘은 골든 혼(Golden Horn) 공략이다.
잘 정비된 정규군이 아닌데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예측 불가능 영역이다. 특히 비정규군의 활약이 상대의 정보망에 잡히지 않으면서 위력을 발휘했던 기록이 우리 전쟁사에 있다. 전국시대 내전으로 이골이 난 일본군을 상대로 분전했던 조선의 의병이 대표적이다. 임진왜란에서 임금의 항복만 받으면 끝이라 오판한 것도 있지만, 이순신과 의병의 존재를 몰랐던 탓으로 일본 역사 교과서는 풀이한다.
약팀이 강팀의 약점을 간파해 격파하는 건 스포츠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린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카메룬은 한 명이 퇴장당하고도 아르헨티나를 이겼다. 영국 스포츠 베팅 사이트 코랄(Coral)은 아르헨티나의 우승 확률을 11:1로, 카메룬은 500:1로 봤다고 한다. 결과론적 분석일 수 있으나 아르헨티나가 상대를 얕본 대가다. 전 대회 우승국으로 자동 출전권을 따냈기에 치열한 지역 예선을 치를 필요가 없었으니 납득할 만한 결과였다. '당연한 승리'란 없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될 때 모든 걸 단박에 정리해 주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 '이변(異變)'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예상 밖의 이변이란 없다. 누군가는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다수의 예상에서 벗어난 결과로 치부(置簿)한 채 소수설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일 뿐이다. 강하게 믿고 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받아 들었을 때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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