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예측 플랫폼 뒤집혔다…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기대감 급부상

입력 2025-03-21 11:13:05 수정 2025-03-21 11:33:35

윤 대통령 조기 퇴진 베팅 줄었다
헌재 평의 속 '탄핵 기각' 기대 확산…폴리마켓도 흔들
폴리마켓 'Yes' 베팅 80%→32% 급락… 탄핵 기각 가능성 힘 얻나

'폴리마켓(Polymarket)' 화면 캡쳐.

온라인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거래가 급격한 방향 전환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직 상실 여부를 두고 한때 조기 퇴진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시장은 최근 들어 정반대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

폴리마켓에 개설된 윤 대통령 관련 시장은 "2025년 3월 31일 이전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인가"를 주제로 거래된다.

이 질문에 대해 참여자들은 'Yes' 또는 'No'에 베팅하며, 그 비율에 따라 시장의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이 시장은 'Yes', 즉 조기 퇴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3월 20일 기준 'Yes'의 확률은 32%로 내려앉았고, 반대로 'No'는 68%까지 상승했다. 불과 한 달 전 80%를 넘겼던 흐름이 급전직하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현재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대통령직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헌재는 탄핵소추안 접수일로부터 최장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92일 만에 파면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만에 기각 판정을 받았다. 윤 대통령 탄핵안의 경우 이 시점을 지나며 헌재 판단 시기와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분위기의 급변은 법적 변수뿐 아니라 정치권의 기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헌재가 보수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절차적 흠결, 계엄령 관련 진술의 불명확성 등을 들어 기각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한 헌법학자는 "이번 탄핵 사안은 단순한 법리 판단을 넘어서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겹쳐 있다"며 "헌재가 결정에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폴리마켓 역시 이 같은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폴리마켓은 탈중앙화 구조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이 실제 사건의 결과를 두고 베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거래는 주로 스테이블코인인 USDC로 이뤄지며, 사건 종료 후 결과에 따라 정산된다.

폴리마켓 참여자들은 흔히 '스마트 머니'로 불리는 진지한 투자자층으로, 이들이 보여주는 예측은 여론조사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국 대선이나 국제분쟁, 스포츠 이벤트 등에서도 이들의 움직임은 주요 지표로 간주돼 왔다.

한국 정치 사안에 대한 베팅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윤 대통령을 둘러싼 이번 시장은 수십만 달러가 거래되는 등 예외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한 국내 참여자는 "시장 참여자 다수가 'No'로 이동한 것은 헌재의 단기 결정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기각 또는 각하를 염두에 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심리 및 변론을 모두 마무리하고 평의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평의는 재판관들 간의 비공개 논의로 진행되며, 표결과 최종 결정까지는 수일에서 수주가 소요될 수 있다.

재판부가 언제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으나, 평의에 돌입한 시점에서 판결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평의 일정이 길어지면서 대통령 사건의 선고 시점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는 5~6개 핵심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법리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두 재판관 간의 공방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김복형 재판관(사법연수원 24기)은 법리 분석에 있어 '정통 派'로 평가받는 인물로, 과거 다수의 판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번 탄핵 사건 평의에서도 김 재판관이 인용 측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정계선 재판관(27기)은 학력고사 수석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헌재 내부에서도 명석한 분석력과 논리 전개로 신뢰를 얻고 있다. 다만 이번 평의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김 재판관의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인용 논리가 김복형 재판관 중심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쟁점별로 여전히 의견 차가 크고,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부 사정을 두고 외부에서는 상반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헌재 내부에서 사실관계 정리가 마무리됐다"고 보도했지만, 이에 대해 헌재 측 관계자들은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의견 수렴도 제대로 안 됐는데 사실관계가 정리됐다는 보도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비밀리에 평의가 진행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예정된 평의일에 따라 논의가 진행됐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 선고를 점치기도 했으나, 평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선고일을 갑작스럽게 결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내부적으로 3월 말에서 4월 초를 선고 목표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 종료 시점(4월 말)이 보다 현실적인 시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헌법연구관들조차 "대통령 사건의 선고 시점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다. 평의가 길어질수록 결론은 멀어지게 되며, 확정적인 일정 언급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폴리마켓의 거래 규정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오는 3월 31일 23시 59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전에 헌재 탄핵 인용이나 자진 사퇴 등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할 경우 'Yes'로 정산된다. 반대의 경우 'No'로 처리되며, 참여자는 베팅에 따라 손익을 정산받는다.

미국 내에서는 2022년 이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에 따라 미국 거주자는 폴리마켓에 직접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VPN 등을 통한 우회 이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