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 로비톡톡, 문정재 SM 클래식스 대표 특강
SM 클래식스 "K클래식 가능성"…케이팝·클래식 융합 시도
레드벨벳 '빨간 맛', 소녀시대 '다시만난 세계', 샤이니 '셜록'…
서울시향과 함께 SM 아티스트 인기곡 오케스트라 버전 발매
곡 안에 클래식 레퍼런스 활용, 애호가들 찾아 듣는 재미 ↑
"아이들부터 클래식 애호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작업 되길"
1999년에 발매된 신화의 'T.O.P'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우아한 선율로 시작해 그 위로 세련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케이팝 클래식 샘플링 사례의 시초로 꼽힌다. 이후에도 레드벨벳의 '벌쓰데이(BIRTHDAY)'에는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블랙핑크의 '셧 다운(Shut Down)'에는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가 감각적으로 녹여지며 케이팝 곡에서 클래식을 샘플링한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클래식에 케이팝을 녹여내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작업물로 만날 수 있을까?

이러한 클래식과 케이팝과 융합이라는 음악적 실험을 전문으로 하는 'SM 클래식스(Classics)'의 문정대 대표가 18일 오후 2시 수성아트피아에서 '로비톡톡' 명사특강 주자로 나섰다. 이날 공연장 로비에는 110명가량의 관객들이 참석했다.
강연이 시작되고 먼저 문 대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 함께 작업한 레드벨벳의 '싸이코(Psycho)'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관중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원곡을 알더라도 편곡에 집중해 숨겨진 클래식 샘플링을 찾으며 곡을 감상하길 권했다. 이후 한 관중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제2악장과 3악장"이라는 대답에 이날 모인 관중들의 클래식 배경지식에 감탄하기도 했다.


클래식과 케이팝.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가치를 연결하기 위해 케이팝 대표주자 SM은 그들이 지닌 음악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클래식 레이블 'SM 클래식스'를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재즈, 댄스음악(EDM), R&B 전문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있어 문 대표는 "회사에 들어와보니 모두 음악에 '진심'인 사람들만 모여있더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최초의 클래식 연주자인 그 또한 클래식에 '진심'인 사람이다. 문 대표는 클래식의 핵심을 수백 년간 인류에게 사랑받아 엄선되고 정제된 레퍼토리(목록)로 꼽았다. 그는 애플뮤직이 클래식 전용 앱을 공개한 이유를 들어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에 있다고 봤다.

이러한 클래식 레퍼토리에 케이팝을 접목시킨 K-클래식의 가능성을 본 그는 2020년 서울시향과 업무 협약을 맺고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레드벨벳의 인기 곡 '빨간 맛'을 시작으로 보아의 '나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샤이니의 '셜록(Sherlock)', 엑소의 '으르렁', 에스파의 '블랙 맘바(Black Mamba)' 등 자사 소속 아티스트들의 대표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10개 넘는 디지털 싱글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케이팝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하는 과정에서 클래식 레퍼런스(어법)를 반영해 클래식 애호가들의 듣는 재미를 높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2022년 발매된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은 기존에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곡이다. 같은 해 7월 나온 이 곡의 오케스트라 버전에는 곡의 브릿지에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를, 피날레에는 아서 블리스의 '색채 교향곡' 등을 활용해 한 곡 안에 여러 클래식 레퍼런스를 채택했다.
현대곡과 달리, 프로젝트 초기에는 작업 과정에서 화성 하나만 바꾸려해도 전체적인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1곡을 편곡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러한 기간은 점차 단축돼 어느덧 20곡가량 모인 곡들로 지난 2월 14일, 15일 양일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문 대표는 "오늘 강연을 진행하면서 수성아트피아에서도 꼭 오케스트라 라이브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문 대표는 "케이팝 팬층에만 한정하지 않고 아이들부터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작업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강연을 마쳤다. 강연이 끝나고 그는 로비 피아노에서 즉흥으로 슈만의 '헌정'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수성아트피아 로비톡톡은 공연장 로비라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인문학과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 2시에 열리며 홈페이지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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