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산책] '착한 암' 선입견에 갑상선암 치료 시기 놓칠 수도

입력 2025-03-19 06:30:00

손기탁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
손기탁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

최근 연예계에서 갑상선암을 겪은 스타들의 소식들이 알려지면서 이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우 오윤아, 가수 엄정화, 개그우먼 안영미, 모델 겸 배우 변정수, 그리고 가수 이문세, 배우 장근석까지 많은 유명 인사들이 과거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특히 이문세, 장근석 씨처럼 남성 환자 사례도 증가하면서 갑상선암이 더 이상 여성에게만 흔한 병이 아니라는 점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특히 여성의 발병률이 높지만 남성의 발생률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생존율이 높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로 조사됐다. 2022년 기준 여성 암 발생률 1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암 발생률에서도 상위를 차지한다. 2005년 이후 남성 환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이는 단순히 조기검진 증가 때문만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감상선암 환자들은 초기 증상을 간과하고 있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갑상선암 치료에 대한 인식이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를 미루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이 99.8%에 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치료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 2014 년 이후 갑상선암 수술 건수는 감소했지만 이후 다시 재발하거나 암이 진행돼 치료가 복잡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초기 갑상선암이라도 방치하면 진행될 위험이 있다. 미국 갑상선암 병기별 10년 생존율을 보면, 1기에서는 99%지만 2 기에서는 85%, 3기에서는 75%, 4기로 진행될 경우 40%까지 급격히 낮아진다.

즉, 진행 속도가 느리다고 방심하다가 암이 진행되면 치료 과정이 더 어려워지고 환자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종양이 커지거나 림프절 전이가 발생할 경우 초기에는 반절제술로 충분했을 치료가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로 바뀔 수 있다. 전절제술 후에는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며 부갑상선 손상으로 인해 칼슘 대사 이상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치료의 최적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모든 환자가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5㎜ 미만의 종양이 림프절 전이 없이 갑상선 내부에만 존재할 경우 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를 하며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종양이 조금이라도 커지거나 전이 징후가 보인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오해 속에서 방치되기도 하고, 반대로 불필요한 수술이 이뤄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다. 특히 남성 갑상선암 환자 비율이 증가하는 만큼, 남성들도 더 이상 이 질병을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갑상선암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경각심을 갖고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기탁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