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호 전 부장판사(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헌법재판소는 광의에서는 사법부이지만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위 법원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사법부와는 다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심제이고 지역별로 하위 재판소가 없다.
1987년 헌법 이전에 헌법재판 기능은 대법원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과외 업무라는 인식이 강해서 잘 활용되지 못했다. 그 뒤 87년 체제에서 헌법이 개정되면서 별도의 기관으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하였다.
1988년 설립된 헌법재판소 초기에 불모의 선례에서 헌법재판 실무와 판례를 형성하면서 최고 헌법재판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한 면은 치하할 만하다. 위헌법률심사, 헌법소원 등은 평소에도 많이 활용되고, 금년 같은 정치적 격변기에는 탄핵, 권한쟁의, 정당 해산도 활용된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탄핵 시부터 헌법재판소가 지나치게 정치적 성향을 보여와서 헌법재판의 헌법 수호 기능보다 국회의 거수기로 전락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헌법재판소가 본래 정치적 재판소이기 때문에 법원과는 달리 법리보다는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서 재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나 실무가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헌법재판소의 설립 근거에도 반하는 것이고 시정되어야 할 생각이다.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기 위해 권력자에게 아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를 비판하고 권력자를 탄핵하는 것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생각이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헌법 수호 기능을 파괴할 수가 있다.
지금과 같은 다양한 가치관과 권력체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회, 대통령, 민노총으로 대변되는 민간단체, 삼성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기업 중 누가 권력자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최근에는 대통령보다는 국회 다수당, 민노총, 언론노조 등이 연합한 세력이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능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만이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아니라 국회 다수당 또는 이들과 연합한 사회단체, 언론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우리나라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도 헌법재판소의 기능이다. 꼭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만이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탄핵 찬성과 반대가 비슷한 비율로 나올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특정 정당,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상은 국회의 다수당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예산의결권, 청문회, 국정감사, 행정처분성 법률 제정권 등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마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 기능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특정 정파에 종속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전체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심리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내각책임제 나라라면 국회가 대통령의 실정을 이유로 해임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이기 때문에 해임과 같은 사유(권한남용)를 대통령 탄핵 사유(내란죄)로 삼을 수는 없다. 차라리 내각제 개헌을 하고 난 뒤 국회는 대통령을 불신할 수 있고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부합한다.
지금과 같이 국회는 언제든지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수 있는 반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국회나 국회의원을 불신임할 수 없는 제도는 불합리한 제도이다. 오히려 우리 헌법 체제 하에서는 국회가 대통령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진 나라라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 행위에 대해서 탄핵 사유로 삼는 것은 위헌적 행동이다. 즉 불신임의 사유로 탄핵을 인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을 내각책임제로 해석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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