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복귀 발표 열흘째, 의대생들 요지부동…교수들 "이제는 돌아올때"

입력 2025-03-17 15:52:19 수정 2025-03-17 15:54:10

경북대 "21일까지 복학 않으면 제적"…타 대학들도 설득 열 올려
전의교협·의학한림원 "설득 없이 압박으로는 교육 정상화 어려워"
일부 교수들, 대안 없이 투쟁하는 학생 비판 "강경 태도, 사회 인식 어두운 탓"

지난달 20일 서울 한 의과대학 졸업식에 한두명의 졸업생만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서울 한 의과대학 졸업식에 한두명의 졸업생만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의대생들이 이달 중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났다. 각 대학들은 학생들의 복귀를 위해 면담도 해보고 제적 카드를 꺼내들겠다고 호통도 쳐 보지만 학생들은 요지부동이다.

학생들의 복학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를 용인해주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이 대안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설득? 학칙 적용?" 이번주가 분수령

17일 지역 대학가와 의료계에 따르면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최근 의대 학생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오는 21일까지 복학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학칙에 의해 제적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의과대학 교육여건 상 일반휴학 승인은 불가하며 21일까지 복학신청 또는 질병, 육아, 군 휴학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학칙에 의거해 제적처리 됨을 알린다"고 못박았다.

이병헌 경북대 의대 학장은 "통신문을 발송했지만 학생들의 움직임은 미미해 여전히 고민이 많다"며 "이번 주에도 학생들을 계속 만나 복학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는 이번 주까지 계속 학생들을 설득한 뒤 향후 학생들의 거취 처리를 결정할 전망이다.

영남대 원규장 의대 학장 등 학장단은 지난 14일 '의과대학 학생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학생들의 복학을 호소했다. 학장단은 "보건의료 환경개선을 위한 여러분들의 노력은 이해하겠으나, 나머지 해결 과제들은 선배 의사들에게 맡기고, 지혜로운 판단을 하여 강의실에서 다시 만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계명대는 이번 주 안에 학생 대표들을 만나 한번 더 학생들의 복귀를 설득한 뒤 향후 학교의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가톨릭대는 임시 교수회의를 소집해 학생 복귀 방법을 교수들이 함께 고민하고 학생의 복귀 설득을 위한 지도교수 면담 일정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 전의교협·의료계 원로 "학생들 계속 설득해야"

의대 교수 단체들은 "학생들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7일 '의대 학장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교육부와 일부 의대 학장들은 의대생들의 일괄 휴학 수리 불가와 함께 제적 가능성을 거론한다"며 "압박과 회유로는 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의학 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은 학생과 학부모, 의대 교수, 학장, 총장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학생들의 제적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로 석학단체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장기적으로 고쳐가야 할 의료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를 미래의료를 담당해야 할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의 극단적 희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뿌리째 흔들리고 사막화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아울러 의대생들에게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학에 투신한 학생들이 신중한 논의를 바탕으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 서울대 교수들 "투쟁으로 사회 설득 못 해"

서울대병원 교수 등은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학생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하은진, 오주환, 한세원, 강희경 등 서울대병원 교수 4명은 입장문을 통해 "사태가 지속되면서 학생 여러분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며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에 숨어 동조자가 될 수 없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학생들을 직격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은 의대 증원 2천명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했지만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며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페이스북 글들 안에는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며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의대생 내부에서도 복귀와 투쟁 양 쪽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젊은 의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메디스태프' 내에서는 정부와 학교에 대해 강경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로는 복귀를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강경투쟁 주장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의대 교수는 "행정실 등을 통해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복귀를 원하는데 주변 선후배, 동기들의 눈치 때문에 못 하고 있다'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며 "교육부나 보건복지부가 의대 교육에 대한 이해도 없이 증원을 추진한 건 잘못이지만 학생들 또한 사회의 시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소신 없이 집단의 움직임에 따라가는 게 성인의 태도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적어도 복귀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돌아오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