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100만명 눈앞에도 노인가구 압박 상당…"노-노케어 지원책 절실"

입력 2025-03-17 16:50:44

치매환자 배우자, 노년에 혼자 간병 도맡는 경우 많아
사회적 도움 절실하지만…지자체 지원,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전문가 "양·질 모두 보강해야…중증도 따라 지원 세부적으로"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국내 치매 환자가 내년이면 1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환자 돌봄을 맡은 가족들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돌봄 스트레스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할 사회적 돌봄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치매 환자 돌봄 서비스 확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100만명 눈앞…정신·경제적 압박 추정 안타까운 사고 반복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 전국 치매 환자는 올해 97만명에 이어 내년이면 1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9.25%로 고령이거나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발생 확률이 높았다.

치매 환자 돌봄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 환자의 가구 형태는 1인 가구(52.6%)에 이어 부부(27.1%)가 많았다. 노년기에 접어든 배우자가 자녀 간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적잖은 셈이다.

문제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압박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돌봄 부담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요양병원 등 병원비는 연간 3천만원 수준으로, 대부분 가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4일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10년 전부터 치매 등 지병을 앓던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80대 남편은 인근 저수지에서 구조됐다. 아내는 장기요양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2년간 요양병원에 머물다 지난달 퇴원했다. 이들 부부는 아내가 지난달 퇴원한 뒤, 함께 거주했다. 경찰은 돌봄 부담을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노-노케어' 등 돌봄 지원책 더 적극적으로…세부적 설계 필요"

가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건강한 노인이 다른 노인을 돌보는 노인일자리사업 '노노케어'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강호 영남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제 치매 환자 돌봄 문제는 사회복지시설 확충으로 해결할 단계를 넘어서 버렸다"며 "정부·지자체의 지원책이 있긴 하지만 기초적인 수준이다. 양과 질 모두 보강할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노인 일자리 사업 중 노노케어 분야에 ▷2023년 3천92명 ▷지난해 3천328명 ▷올해 3천378명을 투입했다. 인력 2명이 취약 노인 1명을 맡는 구조인 만큼, 제도 수혜자는 연간 1천500~1천6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지속성과 전문성 문제도 제기된다. 대상자와의 정서적 교감 등이 중요한 돌봄 노동 특성상, 근무 시간과 급여가 너무 적어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노케어 등이 포함된 노인 사회 활동 일자리는 현재 월 30시간 활동에 29만원이 지급된다. 노인과 장애인 등을 돌보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도 월 60시간 근무에 임금 76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중증도를 고려한 전문 인력 배치 등 제도적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공공 일자리에 지원하는 모든 노인들에게 전문성과 지속적인 근무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요자와 공급자를 더 세부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기초적인 보조만 필요한 곳에는 저숙련 인력을 보내고, 중증 치매 환자 가정에는 전문가 수준으로 교육·훈련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