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법적 문제 없어" 항변에도 정치권·전문가 등 일제히 비판
"여름 선거 앞두고 구심력 더 저하"…지지율 하락 시 '끌어내리기 본격화' 가능성
일본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연루 의원들에게 상세한 설명을 거듭 요구하며 압박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정작 본인도 '상품권 배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궁지에 몰렸다.
이시바 총리는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후배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의 상품권을 건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 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3일 초선 중의원(하원) 의원 15명에게 1인당 10만엔(약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초선 의원들과 회식을 맞아 사비로 기념품을 대신해 상품권을 준비했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치활동에 대한 기부가 아니며 정치자금규정법 문제에도 해당하지 않고 공직선거법에 저촉하지도 않는다"며 위법성은 전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분께 걱정을 끼친 것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전했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의원 대부분은 이시바 총리 사무소 측에 상품권을 돌려줬고 이시바 총리도 불법 행위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 언론은 정권 존속 위기로 이어질 만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간부는 "퇴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같은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상품권을 준 총리 측도 받은 자민당 의원 측도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서도 동요가 생기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회자할 것"이라는 집행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정치단체 간 금전 수수는 불법이 아니지만 개인이 정치가에게 금전 등을 기부하는 것은 금지되는 만큼 정치자금규정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총무성은 상품권 등 유가증권이 금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면서 기부금을 수수한 양측 모두 1년 이하 금고형이나 50만엔(약 49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자금규정법에는 "누구도 공직 후보자의 정치활동에 관해 기부(금전에 한하며 정치단체는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고, 공직선거법은 "공직 후보자나 공직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해당 선거구 내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명의로도 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정부는 일단 사태 진정을 모색하겠지만, 야당은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지지통신은 예상했다.
이시바 총리는 당장 예산안 통과 등을 위해 국회에서 야당 질의에 답변하고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 상품권 스캔들은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그는 최근 일부 정책에서 입장을 여러 차례 바꿔 "판단을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였고, 자민당이 반대하는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를 일부 야당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는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참의원 의원을 중심으로 총리의 정권 운영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며 "이번 문제로 당내 구심력 저하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민당 보수파는 연일 이시바 총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니시다 쇼지 의원은 "지금 체제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고 말했고,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의원도 이시바 총리를 비판했다.
아울러 이달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으로 나온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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