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옵니다
정김경숙(로이스 김) 지음/비즈니스북스 펴냄
1년 치를 끊으면 3개월은 무료라는 헬스부터 에어로빅, PT(퍼스널 트레이닝), 달리기, 요가, 필라테스, 태권도, 등산, 스케이트, 번지 피지오…. 모두 기자가 시도해본 운동 목록이다. 물론 그 기간에는 고작 1달부터 1년 넘게까지 제각각 차이를 보이지만, 일을 시작하고 2년간은 운동을 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숨만 쉬어도 체력이 깎여 나가는 것 같다는 흔한 직장인의 핑계를 대며 운동을 멈췄더니, 역설적이게도 짜증이 더 늘고 없던 체력은 바닥나는 게 아니겠나.
최근 집중력, 번아웃에 관한 책들이 출판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 제목처럼 누군가로부터 빼앗긴 듯 점점 떨어지는 현대인들의 집중력이 큰 화두로 떠오른다.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 봐야 할 것도, 해야 할 것은 점점 늘어나는데 우리가 가진 에너지와 집중력은 한계가 있다. 정보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편리함에 익숙해진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선은 점점 낮아지는 반비례 곡선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을 오래 하고 싶고,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시간을 들여 다정히 대하고 싶으며 새로운 기회에도 도전하고 싶다. 그렇다면 체력을 늘릴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곧 집중력과 에너지, 스트레스 관리는 유능하게 일하는 사람의 핵심이다. 하지만 늘 바쁘고 할 일이 많은 현대인들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운동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체력을 길러야 할까?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지식 노동이 아니라 육체 노동입니다" (로이스 김의 강연 중)
유명 드라마 '미생'에서는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기르라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여기 같은 맥락으로 '일잘러'가(일을 잘하는 사람) 되기 위해선 체력이 기본임을 강조하는 한 여성이 있다. 책의 저자이자 구글 최초의 비원어민 디렉터 로이스 김이다. 50세에 구글 본사에 취직해 실리콘밸리에 떠난 것도 모자라, 이후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실리콘밸리 N잡러가 돼 미국 대형마트인 트레이더 조의 매니저, 스타벅스의 바리스타, 공유택시 운전사, 고양이 돌보미까지 주 70시간 넘게 육체노동을 하며 갭이어를 가졌다. 현재는 국내 기업에서 브랜드총괄책임(CBO) 부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30년 이상을 하이퍼포머로 일하며 워킹맘으로 살아온 그녀는 현대인들의 현실에 누구보다 공감하면서 그럼에도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을 꼽았다. 그녀는 20대에 달리기를 시작해 30대에 마라톤, 40대에 검도, 50대에 수영을 시작하고 50대 중반에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운동은 운동에 소질 없던 사람이 수년에 걸친 연습 끝에 선수급으로 성장했다든지, 매일같이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몸짱'이 됐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몸과 음악이 따로 노는 에어로빅, 4시간 이내 완주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설렁설렁 마라톤도 괜찮으니 '꾸준함'만을 잃지 않길 강조한다.

총 3부로 나눠진 책 마지막 장에는 ▷운동 수행력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 찾는 대신 3초 안에 몸 일으키기 ▷처음부터 어려운 운동보단 걷기, 계단 오르기, 스트레칭 등 나노운동(운동 같지 않은 운동)부터 시작하기 ▷점심시간, 비는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조금씩·자주 운동하기(스낵운동) ▷"도복이 폼나서", "멋져 보여서" 나만의 동기부여가 되는 운동 찾기처럼 오랫동안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다정한 팁도 제공한다. 부록에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운동 정보를 전할 수 있는 전문가 인터뷰를 수록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 걷고, 뛰기 좋은 봄이 왔다. 지금 마음이 가는 그 운동을, 서두르지 않고 연금저축 납입하듯 체력을 쌓는다면 무엇이든 잘해낼 수 있는 내가 되지 않을까. 나이키의 슬로건처럼 JUST DO IT. 그냥 시작해보자. 288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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