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양승진] "바보야,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입력 2025-03-20 10:16:13 수정 2025-03-20 16:51:50

양승진 경북부 기자
양승진 경북부 기자

호출기(삐삐) 세대는 아니지만, '012 486'은 안다. '0'(영), '1'(one), '2'(히)는 한 번에 알아챘다. 486을 이해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긴 했다. 그래도 '012 486'을 보며 설렜을 누군가의 마음은 바로 이해했다. 누구에게든, '영원한 사랑'의 약속만큼 달콤한 말은 없을 테니.

동서고금을 떠나 영원(永遠)은 모두의 꿈이자, 바람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영원한 행복이, 영원불변할 권력이, 어쩌면 영원한 삶도.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룬 진나라 시황제는 끝내 불로초를 얻지 못했다. 건강을 위해 '젊은 피'를 수혈받기까지 한 '아바이 수령 동무'는 백수(白壽) 근처에도 못 갔다. 신(申)에 버금가는 삶을 누린 그들에게도 영원은 한낱 미몽(迷夢)에 그쳤다.

봉건사회 군주의 영원한 권력은 무병장수(無病長壽)가 좌우했다. '예쁜 꽃은 길어야 열흘, 높은 권세는 길면 10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는 말은 당시 의학 기술 수준을 고려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래서 한반도 마지막 봉건 군주인 '아바이 수령'처럼 그 후대들은 지금도 자신의 건강을 전담하는 연구소에만 집착하고 있다.

'끝'이 있다는 측면에서 권력의 처지는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삼신할머니 랜덤으로 권력 이양·승계가 이뤄진 과거와는 다르다. 지금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다. 사실상 위탁 계약이다. 계약 당사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대신 법과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유효기간'을 설정해 뒀다. 견제와 균형을 위한 장치다.

계약 당사자인 선출직들은, 배지를 단 첫날부터 '시한부'의 삶이 시작된다. 그날 그들이 어떤 다짐을 가장 먼저 할지 사뭇 궁금하다. '얄미웠던 놈 볼때기라도 한 대 때릴까?' '이것저것 만끽하며 갑(甲)이 돼 볼까?' 물론, 그중에는 약속한 대로 '유권자의 눈과 귀가 돼 헌신·봉사하겠다'고 다짐한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소방 점검을 위해 친히 불을 지피시고, 119에 전화까지 돌리신 분들은 첫날 무얼 선택했을까. 지금까지 이들의 행태를 봤을 땐 후자(後者)와는 거리가 제법 멀 것이라는 의심이 제법 든다.

경찰은 최근 경상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경북 상주시 화산동의 한 도로에서 소방 출동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논두렁에 불을 냈다가 고발됐다. 애초 경찰은 소방기본법·산림보호법 위반 등 여러 혐의 적용을 검토했다. 하지만 방화 위치가 산림과 100m 이상 떨어져 있던 점, 불이 확대되지 않은 점, 과거 판례 등을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결과와 별개로 고의 방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졌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사실을 덮기 위해 혈안이었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회유했다. 끝내는 탄원서를 받는 데도 성공했다. 개인의 입장은 각자 다르겠지만 결국은 재선, 3선,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어떤 영원을 기약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앞으로 1년 뒤, 다시 한번 잠시 잠깐의 권력을 쥐기 위한 경주에 나선다. 시한부 시즌2가 이어질지, 아니면 시즌1에서 끝맺음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예지력이 없기에 당장 1시간 뒤의 일도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건 있다. 진나라 시황제가, 아바이 수령이 삶의 마지막 순간 깨달았을 그 평범한 '진리' 말이다.

"바보야, 영원한 건 절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