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위기가 최악이다. 내수 부진에 따른 줄폐업으로 1월 기준 자영업자는 550만 명까지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격탄(直擊彈)을 맞은 1998년 561만 명보다 적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600만 명에 달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세와 회복세를 거듭하더니 2023년 1월 이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만 무려 20만 명이 줄었다. 겨울에 농사를 쉬는 농림어업인이 포함된 탓이라지만 바닥을 치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 고물가 영향으로 자영업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코로나만 끝나면 나아진다는 믿음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산산조각 났고, 산소호흡기이던 자영업자 대출도 원금 상환기에 접어들어 기능을 다하게 됐다. 생계형 대출은 연체의 늪에 빠져 자포자기(自暴自棄)식 연쇄 도산 위기마저 걱정스러울 정도다. 정부가 지난해 7월, 12월 내놓은 대책은 대출 상환 기한 연장이나 추가 대출 안내에 그쳤다. 당장 문 닫는 점포 수를 줄이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 이자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고, 늘어난 대출로 폐업조차 힘들게 됐다.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일반 대출보다 훨씬 크다. 1월 기준 개인사업자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殘額) 중 연리 5% 이상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음식점, 주점을 찾는 손님 자체가 줄었다. 매출은 감소하는데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원재료 가격 부담은 늘어만 간다. 장사를 계속해 돈을 벌기는커녕 이자 내기도 버겁다. 자영업 정책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경제 위기 때마다 창업을 장려했지만 결국 빚더미에 짓눌린 자영업자만 늘린 꼴이 됐다. 자영업자 실태를 꼼꼼하게 진단한 뒤 회생(回生)과 폐업을 돕는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 될성부른 떡잎은 제대로 키워 주고, 경쟁력을 잃은 업체는 과감히 폐업을 도와 다른 일자리와 연계하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언젠가 경기가 나아지면 장사가 잘돼서 빚을 갚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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